지난 92년 발생한 구 상업은행(현 한빛은행) 명동지점장 이희도씨의 자살
사건과 관련, 1백억원의 손실을 놓고 롯데건설과 한빛은행이 7년여동안 벌인
소송전쟁은 한빛은행의 극적인 승리로 결론났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신성택 대법관)는 18일 이씨로부터 1백억원의 양도성
예금증서(CD)를 매입했으나 이씨가 이를 임의로 처분하는 바람에 손해를
입었다며 롯데건설이 구 상업은행을 상대로 낸 CD 반환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소송의 발단은 92년 이씨가 거래관계에 있던 롯데건설에게 예금실적을
이유로 구 상업은행이 발행한 CD의 매입을 요구하면서부터.

당시 상업은행에 대해 1천억원의 대출채무를 지고 있던 롯데측은 대출에
따른 꺾기로 적금을 가입하는 것보다 CD를 매입하는 것이 금리면에서 유리
하다고 판단, 1백억원의 CD를 이씨를 통해 사들였다.

문제는 이씨가 대출금에 대한 담보조로 CD를 자신에게 보관시키고 대신
수기로 작성한 통장을 롯데측에 건네주면서 발생했다.

이씨가 자신이 CD를 보관하고 있다가 만기 2~3일전에 다른 곳에 매각해주겠
다는 조건을 제시했던 것.

그러나 이씨는 롯데건설과의 "은밀한 거래"를 비밀로 한 채 대신증권에
문제의 CD를 되팔아버렸다.

이씨는 은행 지점장과 사채시장의 "돈주인"이라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던 것.

이씨는 당시 이같은 방법으로 모두 8백억원이 넘는 사금융업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92년 11월 이씨가 또 다른 1백억원대의 "공 CD"를 발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씨의 위험한 줄타기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이씨가 이 CD를 사들인 대신증권측에 사태수습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다음날인 같은 달 15일 자신의 아파트 7층에서 떨어져 자살해 버린 것.

이씨가 롯데건설이 매입한 CD를 처리하지 못한 채 자살함으로써 롯데측과
상업은행간의 지리한 법정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롯데측은 은행측에 지휘감독책임을 물어 배상을 요구했으나 은행측은 지점장
단독으로 행한 거래행위에 책임질 수 없다고 버티면서 소송이 전개됐다.

당시 1심과 2심 재판부는 95년 10월와 97년 4월 각각 롯데측의 손을 들어
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날 이씨의 행위가 지점장으로 할 수 없는 매매위탁업무로
계약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 상업은행에게 원심파기라는 사실상
승소판결을 내렸다.

금융거래에 정통한 대기업이 이같은 비정상적인 거래를 몰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게 판결 취지.

이로써 상업은행은 이날 국내 사금융의 최고 중심지인 명동에서 발생한
불미스런 사건의 악몽을 7년만에 떨쳐버리게 됐다.

또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인 5백억원대의 구 인천투금(현 쌍용종금)과의
유사소송에서도 승소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대법원의 최종판단에도 불구하고 6백억원의 "진실"은 영원히 묻혀
버리게 됐다.

< 이심기 기자 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