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M&A는 80년대까지만 해도 부실기업 정리나 계열기업간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고작이었다.

그것도 대부분 정부가 주도했다.

90년대 들어 기업들은 사업구조재편의 효율적인 방편으로 M&A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적대적 M&A시도도 나타났다.

삼성이 기아자동차 인수하려했고 신동방은 미도파를 공격했다.

그러나 IMF체제에 들어선 이후 국내 기업끼리의 M&A시장은 거의 죽어버린
상태다.

아직까지 M&A가 "경영전략"으로 주목받은 실적도 기회도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M&A의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특히 미국의 경우는 기업역사가 곧 M&A 역사로 일컬어질 만큼 뿌리도 깊다.

GE(제너럴일렉트릭) GM(제너럴모터스) 듀폰 등 초우량기업들은 대부분
M&A를 통해 지금의 위치에 온 것들이다.

미국 M&A사는 곧 세계 M&A사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대략 네번의 대대적인 M&A 붐이 일어난 것으로 분류
하고 있다.

1차 M&A 붐은 이미 1백여년전에 시작됐다.

1895년부터 10년간이다.

절정기인 1889년에는 거래가 연간 1천건이 넘었다.

이때의 특징은 동일산업군 내에서의 수평적 결합이었다.

석유 담배 철강 금융 등 산업이 주를 이뤘다.

이런 붐을 바탕으로 미국은 단일시장권으로 통합됐다.

2차는 1925년이 시발점이다.

이때의 M&A 열풍은 증권시장의 대활황과 맥을 같이했다.

M&A를 통해 주가가 치솟았고 막대한 차익을 챙긴 매수자들은 다시 이를
M&A하는데 썼다.

이 때 생긴 거품이 대공황에 불씨를 제공하기도 했다.

2차 붐의 특징은 수직적 통합이다.

14년 제정된 클레이튼법이 주식매수를 통한 기업결합을 불법화했기 때문에
기업들은 자산 매수라는 방법을 택했다.

부품업체 소재.원료제공회사들은 대기업에 통합됐다.

당시 포드는 자동차용 철강 생산하는 시설까지 갖추게 됐다.

"원료에서 완제품"까지가 이 당시 경영자들의 슬로건이었다.

미국경제가 상승세를 타던 60년대에 새로운 M&A 붐이 불었다.

이때의 특징은 타업종 진출.

소위 거대복합화(conglomeration)가 진행됐다.

독점금지법이 수직 및 수평 결합을 차단했기 때문에 다른 업종으로 뛰쳐
나간 것이다.

당시 5대 거대복합기업이 다른 업종의 기업을 사들인 수는 3백건이 넘었다.

적대적 M&A가 횡행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68년 무차별적인 타기업인수에 제동을 거는 윌리엄스법이 만들어지면서
3차 붐은 꺼졌다.

80년대 들어 시작된 4차 붐의 특징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불필요한 부분을 팔고 핵심부분을 사들여 강화하는 방향이었다.

82년 미국 사법부는 "합병 가이드라인"을 발표, 수평 합병을 허용했다.

적대적 M&A가 크게 늘었다.

85년에는 컴퓨터 업계 3위인 바로즈사가 2위인 스페리사를 인수했다.

필립모리스는 88년 덩치가 훨씬 큰 크래프트사를 사들였다.

일본업체들이 미국을 사들인 것도 이때다.

또 미국 기업에 의한 미국 기업의 인수를 초월해 M&A가 국제화되기 시작한
것도 4차 붐 이후다.

M&A는 이제 세계 경제계 전반에서 기업의 경영다각화 전략으로 각광받고
있다.

동시에 투기적 수단으로도 인식되고 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