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권 경제가 심상치않다.

EU(유럽연합)집행위는 16일 올해 유로존(Euro-Zone)의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2%로 수정했다.

올초에 발표한 당초 전망보다 0.6%포인트 내려잡았다.

작년초 예상치 3%보다는 1%포인트나 하락했다.

사실 유로존 경제에는 악재가 겹쳐있다.

유로화가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도 수출은 줄어들고 있다.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하는 것도 유로화 약세라는 장애물에 막혀있다.

재정개혁을 둘러싼 논란은 내부 갈등만 키워가고 있는 상황이다.

각국 좌파정권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갈등으로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지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과제다.

<>원인 =작년말부터 본격화된 경기침체가 주요 요인이다.

작년 4.4분기 유로존의 GDP는 0.2% 증가하는데 그쳤다.

작년 전체로는2.4%증가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가 급속히 냉각됐음을
알 수 있다.

유로존 경기침체는 아시아위기 때부터 시작됐다.

우선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유로존의 중심국가인 독일은 더욱 심각하다.

독일의 작년 4.4분기 수출은 전분기 3.5%의 절반을 밑도는 1.6% 증가에
그쳤다.

덕분에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0.4%로 내려갔다.

올해 경제성장 전망도 어둡다.

독일은 1%에 머물고 이탈리아는 1.8%, 프랑스는 2.2%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다고 현재 3% 수준인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하는 것도 만만찮다.

금리를 내리면 그렇지 않아도 약세권인 유로화는 더욱 약화될 것이 뻔하다.

유로화 가치는 15일 현재 달러당 1.0935유로를 기록, 출범후 7%나 절하된
상태다.

미국 달러와 경쟁하는 국제 기축통화를 만든다는 당초의 기대도 물건너가고
있다.

<>전망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지금이 경기 바닥이라고 말한다.

올 하반기부터는 점진적이나마 회복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의 경기침체는 각국이 새화폐인 유로화에 적응하면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사실 유럽중앙은행이 11개 회원국에 동일한 금리정책을 적용하면서 여러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독일은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지만 아일랜드는 연평균 8%의
성장률을 올리고 있다.

각국 경제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일률적인 금리정책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냈다.

따라서 유로화 적응기간이 끝나는 하반기쯤이면 유로존 경기도 정상적인
궤도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유럽의 중심축인 독일과 프랑스에 디플레 조짐이 나타날 만큼 상황은
만만치 않다.

또 유럽중앙은행과 각국 정부간의 마찰도 끊이지 않아 유럽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고 있다.

브라질 등 남미위기로 유로존 수출은 계속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과감한 금리인하 등 충격요법 없이 침체국면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열쇠는 유럽중앙은행이 금리를 언제 내리느냐에 달려있는 셈이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