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대상기업들은 이미 워크아웃 제도도입의 취지가 상당히 퇘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월중 워크아웃을 추가로 신청한 기업이 없었던 것도 이런 인식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기업들이 워크아웃을 적극 신청한 것은 일단 대상기업으로 선정되면
금융권의 지원을 받아 효율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해서였다.

법정관리나 화의제도와 달리 금융권을 활용해 기업을 살리는 제도로 믿었던
것이다.

더욱이 일정기간 부도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잇점까지 있었다.

그런데 본격적인 시행과정에서 적지 않은 부작용이 따르고 있다.

현재 워크아웃을 진행중인 기업의 한 임원은 "워크아웃 신청후 브랜드이미지
가 나빠져 영업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수요산업이 급속히 공동화돼 상당기간 업황이 나쁠 것으로
보고 워크아웃을 신청했는데 지금와서 보니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지적이
사내에서 나올 정도라고 이 임원은 설명했다.

특히 살인적인 고금리 상황에서 워크아웃을 신청한 기업은 현재 시중실세
금리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기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기업이미지 악화로 회사채나 어음을 발행할 수 없게돼 다른 기업처럼 부채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워크아웃 기업들의 또다른 어려움은 주채권은행의 지나친 경영간섭이다.

워크아웃 기업에는 3~6명가량의 은행직원이 파견나와 있다.

출자전환 등의 지원을 한만큼 상응하는 후속조치가 이뤄지는지 관리를
하기 위한 조치다.

해당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들은 한결같이 비전문가이다.

그런데도 사사건건 감놔라 대추놔라 경영에 간섭한다.

당연히 최고 경영자의 권위는 실추되고 일사불란한 경영도 어렵게 된다.

책임경영 투명경영 등 오직 추상적인 구호만 난무한다고 워크아웃 기업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구조조정의 방향에 대한 금융권 자문도 주먹구구식이다.

회사의 장기 비전을 바탕으로 워크아웃 플랜을 짜기보다 오로지 채권확보에
목적을 두고 구조조정을 추진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일부 업체와 중소기업들은 경영권박탈의 위협까지 받고 있다.

거평화학 거평제철화학 거평시그네틱스 등은 당초 경영권을 보호받는 것으로
알고 워크아웃을 신청했으나 감자를 통해 경영권을 뺏긴 사례이다.

워크아웃이 취소된 경기화학은 자산매각을 통한 자구노력의 기회마저 잃게
됐다.

경기화학은 채권단과 협상과정에서 대주주지분 및 자산매각으로 은행빚
일부를 갚겠다는 의사를 밝혔었다.

그런데 채권단은 출자전환만을 고집했고 그 결과 약정을 맺지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기업관계자는 금융권이 기업경영의 전문성을 존중해줘야 효율적인 워크아웃
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