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4조3천억원의 금융기관 빚을 안고 있는 한국개발리스(주)가 채권금융기관
과 채무조정안을 확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따라 한국개발리스와 채권금융기관간의 알력은 물론 채권금융기관들
끼리도 의견이 엇갈려 이회사가 정상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대 채권자인 한빛은행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자문사인 슈로드는 그동안 한국개발리스가 뱅커스트러스트(BTC)를 통해
제시한 채무조정안과 다른 새로운 협약안을 채권단에 제시했다.

새로운 안은 채권을 담보여부에 따라 담보가 있는 경우 우선 상환하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또 개발리스 자본을 전액 감자(자본금을 줄임)한 뒤 기존 주주들이 1천억원
을 출자하고 채권단이 4천억원을 출자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담보가 없는 채권자인 투자신탁사들은 이 안에 반대하고 있는데다
대주주인 일본 오릭스사도 수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협약안 도출에
난항이 예상된다.

개발리스는 지금까지 오릭스 등의 주주들이 5백억원 규모의 증자를 단행
하는 대신 채권단이 총 4조3천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일부 탕감및 출자전환
하는 방식의 협약안을 제시해 왔다.

이 협약안 또한 아직까지 채권단의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구체적인 채무조정협약안 도출에는 여전히 진전이 없는
상태"라며 "채무조정에 동의한 채권기관 사이에도 마찰이 적지 않아 어려움
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외국계를 포함해 채권단중 하나가 어음을 돌리기만 하면
부도처리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개발리스는 벼랑끝에 서있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BTC 서울지점 관계자도 "채권단이 일부 채권을 자본금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개발리스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3월말 이전에 협약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3월말 결산에서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것이 명시화되면 채무조정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계의 개발리스 채권은 은행권 2조1천1백억원(48.76%), 투자신탁사
9천6백억원(22.17%), 종합금융사 5천2백10억원(12.01%), 리스사 3천1백30억원
(7.22%), 외국금융기관이 2천4백90억원(5.72%) 등 총 4조3천억원 규모다.

한편 개발리스는 최근 일본 스미토모은행이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89억원의 채권을 회수했다며 채권반환을 요구하는 민/형사소송을 16일
법원에 제기했다.

< 김수언 기자 soo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