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파스"가 부활했다.

지난 63년 모나미가 처음 생산해 20년 가까이 학생들에게 사랑받던 크레파스
의 대명사 왕자파스.

79년 생산이 중단돼 기억속으로 사라졌던 왕자파스가 멀리 터키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곳에선 공주(프린세스)파스로 불린다.

왕관을 쓰고 머리가 목덜미 아래로까지 길게 늘어진 왕자 그림을 터키인들
은 공주라고 본 것이다.

지난 한햇동안 모나미(대표 송하경)가 터기에 수출한 왕자파스는 1백50만
달러어치.

24색들이 한 세트 가격은 1달러50센트.

모두 1백만 세트가 나간 셈이다.

낱개로 치면 2천4백만 자루나 된다.

왕자파스는 지난해 터기 크레파스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한 것으로 추정
된다.

2년전부터 인기가 날로 높아져 지금은 세계적인 상표인 일본의 사쿠라파스
등이 터기에 발붙이기조차 어려운 지경이다.

올해들어서 지난 12일까지 들어온 주문만 1백20만달러어치나 된다.

5월말까지 생산라인을 하루 24시간 가동해야될 형편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터키에만 3백만달러어치를 수출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시장을 거의 1백% 거머쥐게 된다는 얘기다.

국내에선 사라진 왕자파스가 터키에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게 된 과정은
이렇다.

복고풍이 유행하던 지난 89년 모나미는 생산을 멈춘지 10년만에 왕자파스를
국내시장에 다시 내놓았다.

그러나 반응이 영 시원찮았고 재고만 잔뜩 쌓였다.

재고를 해결할 곳을 찾다가 발굴한 시장이 터키.

시험 물량을 실어보냈더니 로고인 왕자 그림이 기대했던 것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다.

술탄(이슬람의 왕)의 나라 터기에는 왕에 대한 아련한 향수가 있었던 모양
이다.

판매량은 해마다 조금씩 늘었다.

이에 힘을 얻어 3년전부터는 현지 TV와 신문 등에 광고를 내고 그림그리기
대회를 여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터키에서 가장 인기있는 탤런트와 코미디언이 광고모델로 나온다.

발넓은 현지 에이전트 무사데로퍼씨를 만난 것도 행운이었다고 송하경
사장은 말한다.

< 김용준 기자 dialec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