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11일 회장단회의에서 "실업 흡수" 방안을 집중 논의한
것은 개별 기업의 "효율" 보다는 국민경제적인 "안정"에 무게를 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경련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실업억제보다는 고용조정 원활화를 주장했다.

불가피하게 실업자가 발생하더라도 기업은 살려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온
것이다.

"실업 흡수"는 좀 과장해서 말하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책임있는 경제
단체"로서 다소의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전경련의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실제로 회장단 회의직후 브리핑한 유한수 전경련 전무도 "효율로만 따지면
아직도 30% 정도의 잉여인력이 있다"며 "노사관계를 안정시키기 위해 기업들
이 실업흡수에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재계는 이같은 전경련의 스탠스 변화는 정부와도 어느 정도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최근 고용촉진과 사회안정망 구축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할 의지를 갖고 있는 등 정부가 노사관계 안정을 위해 실업억제에
행정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따른 재계의 화답조치가 바로 이날 회장단 회의의
결론이라는 분석이다.

전경련이 구상하는 실업흡수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고용유지 <>고용창출 <>실직자 재취업 교육 등이 그것이다.

고용유지의 경우 전경련은 기존 산업의 가동율을 극대화하면 자연스럽게
새 인력수요가 생긴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존 제조업체들이 생산하는 제품을 고부가가치화하고 지식기반화하면
생산성도 높아지고 고용도 늘릴 수 있다는 것.

이와 함께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협력업체와의 협력관계를 확대하는 것도
고용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경련은 덧붙였다.

유한수 전무는 "새로운 지식산업이 고용창출을 할 정도로 육성되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우선 기존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고용
유지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기업들이 이런 노력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무역금융 허용 등 수출을
지원해 주고 고용효과가 큰 건설 자동차 가전산업 등의 내수경기를 부양해
줘야 효과가 높아질 것이란게 재계의 주장이다.

고용창출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전경련이 제시한 것은 분사 및 벤처
활성화, 인턴사원 채용 확대 등의 조치다.

특히 지식산업, 여가.오락산업, 소프트웨어 및 정보산업, 관광.문화산업 등
분야에서 벤처창업을 적극 지원해 줘야 신규 일터가 늘어난다는 것이
전경련의 설명이다.

4만명 가까운 대학졸업생을 취업시킨 인턴사원제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고용창출을 위한 효과적인 대안으로 제시됐다.

전경련은 이와 함께 과감한 민영화와 규제완화도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
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항공산업의 경우 규제완화후 일자리가 80%이상 증가한 것을 예로
들었다.

실직자 재취업 교육의 경우는 재계가 할 수 있는 효과적인 사회안정망 구축
작업으로 전경련이 힘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전경련은 우선 각 대기업그룹의 인력개발연수원 등을 활용해 실직자들은
위한 재취업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상반기에 수요 조사를 마친 뒤 연내에 전경련 산하에 "사회교육원"도
설립키로 했다.

이를 통해 구조조정 대상 근로자들의 "취업가능성"을 높이자는 구상이다.

사회 교육원은 <>실업자 소외계층 취업교육 <>근로자 재교육 <>중소기업
근로자 능력개발 교육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전경련의 실업억제 대책은 그러나 상당 부분이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을
전제로하고 있는 것들이어서 어느 정도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효율" 보다 "안정"을 택한 전경련의 선택이 정부와의 "협력" 과정에서
어떤 프로그램으로 구체화될 있을지 주목된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