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금리, 왜 예금보다 높은가 ]

양정균 < 한국은행 정책기획부 부부장 >

최근들어 은행 예금금리가 상당히 많이 내렸다.

예금금리는 외환위기 직후 한때 평균 연 14~15%까지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5월께부터 빠른 속도로 하락하여 8월에는 한자리 숫자로
떨어졌다.

특히 최근에는 연 7%대까지 하락하여 외환위기 이전 수준보다도 더
낮아졌다.

이러한 예금금리의 하락에 맞춰 은행의 대출금리도 평균 최고 연 17%
수준에서 최근에는 연 10%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대출금리가 예금금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폭으로 하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더디게 떨어지고 있다.

따라서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쓰는 기업이나 개인들은 대출금리하락폭이
적고 속도가 더딘 것에 대해 불만이 많은 편이다.

얼핏 생각하면 은행이 예금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예금금리가 연 7%대까지
하락했고 은행직원들도 많이 감축해 인건비 부담도 줄어 들었을 텐데
대출금리는 아직도 10%를 웃돌고 있으니 결국 은행들만 이익을 과도하게
향유하는게 아니냐 하는 비난의 소리도 있을 법하다.

그러면 이러한 비난과 고객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더
빨리 낮추지 못하는 속사정은 무엇인가.

은행은 대출금리 수준을 결정할 때 예금자들에게 지급하는 이자 외에도
예금.대출업무 취급에 따르는 각종 경비는 물론 기업도산 등으로 인한
대출원금의 손실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앞서 지적한대로 예금금리가 크게 하락하였고 은행경비도 은행의 경영
합리화 노력으로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기업도산이 크게 감소하고는 있지만 과거의 높은 부도율로
인하여 대출원금 손실이 누증돼 온 데다 앞으로도 손실발생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더 큰 폭으로 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출금리 인하가 지연되고 있는 또다른 이유는 지난해 금리가 높을 때 받은
예금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예금에 대해서는 만기때까지 가입할 당시의 금리로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따라서 최근의 예금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평균자금조달비용은
여전히 높을 수 밖에 없다.

지난 2월말 현재 은행이 연 10% 이상의 고금리로 받았던 예금이 아직도
전체 예금의 약 25% 정도 남아 있는 실정이다.

이 고금리예금의 만기가 도래할 때까지는 은행이 대출금리를 큰 폭으로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앞으로 대출금리는 얼마나 더 떨어질 수 있을까.

그 수준을 한마디로 정확하게 꼬집기는 어렵다.

다만 최근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은행별로 0.2~1.0%포인트
내렸거나 내릴 계획으로 있고 나머지 은행들도 예금금리를 조만간 인하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잇단 예금금리의 인하로 대출금리도 더 떨어져 머지 않은 장래에
한자리수 대출금리(평균) 시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현재에도 신용이 매우 우량한 기업에 대해서는 은행이 이미 연 9%대의
저금리로 대출해 주고 있다.

신용도가 아주 낮은 기업에 대해서는 부도로 인한 원금손실위험이 높은
만큼 14~16%의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

여하튼 우리나라 경제의 현 여건을 감안할 때 은행의 대출금리는 더
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대출금리를 인하할 경우 득보다 실이 더 많지 않을까
우려된다.

즉 아직도 기업구조조정이 진행중에 있어 기업의 신용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은행이 부도위험을 대출금리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 신용위험을 줄이기
위해 과도한 담보나 "꺾기"를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이 기업이나 가계에 자금을 원활히 공급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출금리 수준을 결정할때 차입자의 신용위험에 따라 금리를 충분히 차등화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은행도 예금금리 인하와 함께 구조조정을 착실히 추진하고 경비를 절감하여
업무취급비용을 줄임으로써 대출금리 인하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이나 가계도 앞으로 값싼 금리로 은행 돈을 쓰기 위해서는 거래
은행을 한 곳으로 정하여 오랫동안 거래하면서 연체를 하지 않는 등 신용을
꾸준히 쌓아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jkyang@bok.or.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