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하반기 1천만엔, 99년 월 1천만엔"

경기도 포천에서 스피커를 생산하는 성주음향(대표 최윤길)의 일본 수출실적
이다.

요즘같은 엔저 시대엔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다.

이 회사 스피커를 구매하는 일본 기업도 IMF 이전 3~4개사에서 12개사로
부쩍 늘었다.

샤프 파이오니아 JVC등 쟁쟁한 업체들이 성주음향의 스피커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엔저로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고 난리인데 저희 회사는 그렇지 않습니다"

최 사장은 엔저가 수출 호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색다른 논리를 폈다.

일본 완제품의 경쟁력을 올려 놓는 엔저는 일본 기업에 부품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한다는 것.

소니에 스피커를 공급하는 일본 도꾸미사는 아예 일본 오사카 공장에서
운영해 온 월 20만개 생산규모의 스피커 자동화 설비(5천5백만엔)를 성주음향
에 넘기고 싶다는 제의를 해왔다.

4월중 성주의 포천공장에 설치될 전망이다.

일본 기업이 성주에 설비를 매각하면서까지 스피커 생산을 아웃소싱 하려고
한 까닭은 뭘까.

"품질과 신용을 쌓은 덕분이지요"

도꾸미사는 성주에 각각 5만개, 20만개를 주문하는 2차례의 시험발주를
했다.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으면 납기를 맞추기 힘들만큼 빡빡한 일정으로
주문했다.

저가의 스피커여서 물류비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최 사장은 그러나 미래를 생각해 발주에 응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고부가가치 스피커를 공급할때를 대비했다는 것.

성주의 시장개척은 일본에 국한되지 않는다.

유럽일변도였던 시장을 다변화하고 나선 것.

IMF이후 수출국이 스페인 등 3개국 정도에서 17개국으로 늘었다.

이에따라 수출 규모도 작년 42억원에서 올해엔 75억원으로 2배 가까이
신장할 전망이다.

시장개척과 함께 원가절감및 품질개선 등의 노력이 이어진 것도 IMF를
극복케 한 비결이다.

최 사장은 어음발행을 없앰으로써 원가절감을 노렸다.

현금으로 대금을 결제해주는 대신 싸게 부품을 납품 받은 것.

작년에 환차익으로 거둔 15억원으로 발행어음을 모두 결제하고 ISO 9000인증
획득 등 품질 개선하는데 투자했다.

톡특한 기업인수 전략으로 쌓은 기술력도 수출 증가의 밑거름이 됐다.

88년 창업한 이 회사는 성주실업(94년), 태양전자 중국공장(96년), 성우전자
.신광전자(97년) 등 스피커 관련업체만 잇따라 인수했다.

작년에 성주음향으로 합병, 수출체제를 갖췄다.

< 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