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우 < 세계은행 수석연구위원 >

격변하는 세계경제환경과 불안정한 국제금융시장 여건하에서 신흥시장
국가의 운명은 종종 파도가 높은 바다를 항해해 나가는 작은 배에 비유되곤
한다.

지난 1년여간 정부와 국민의 합치된 노력으로 국가부도라는 심각한 경제
위기 상황은 다행히 극복되었으나 국내외적 불안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다.

개방화와 자유화가 어쩔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고 보면 아무리 "책임있는
세계화"를 외친다 해도 외부경제여건의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촉발 가능성은
늘 상존한다고 봐야 한다.

결국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밖에 없다.

험한 파고를 헤치고 나가야 하는 이 시점에 정부조직개편은 상당한 파장을
낳고 있다.

정부의 진정한 개혁 노력없이 다른 개혁프로그램의 결실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조직개편이 그 추구하는 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선행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조직개편의 조속한 마무리도 중요하지만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환영한다.

가장 중요한 개편방향은 국가경제의 종합적 관리체제확립과 위기예방및
대처능력의 제고 측면에 두어야 한다.

아울러 세계화시대에 개방경제체제에 부응하고 장래의 국제환경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는 데에 무게를 실어야할 것이다.

21세기 무한경쟁시대에 "소규모 개방경제(Small Open Economy)"인 우리경제
의 순항을 위한 경제부처 조직개편의 몇가지 원칙을 짚어본다.

첫째는 합리성이다.

건국이래 최대의 경제위기라는 특수상황에서 정부조직개편이 자칫 감정적
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스럽다.

개편작업은 어떤 조직과 기능이 국가경제 발전과 국민복지 향상에 가장
효율적인 틀인가 하는 합리적 잣대에 의해 추진되어야 한다.

한국경제호의 순항을 위한 필수조건은 선장의 책임과 권한을 적절히 부여
하는 길이다.

가뜩이나 파도가 높을때 배가 제 방향을 못잡도록 서로 흔들어대면 결과는
알만하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의 일관성 확보를 위해서도 중심부처의 종합적 정책조정기능은
부여되어야 한다.

둘째는 형평성이다.

조직개편상의 형평성 보장을 위해 주관부처의 중립성과 이해상충(Conflict-
Of-Knterest)의 가능성을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

경영진단을 담당한 컨설턴트의 명망과 능력을 감안한다면 물론 권고사항에
경청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단기간동안 각 부처의 세부적인 운영문제에까지 충분한 이해가
수렴되었다고 보기에는 의문의 소지가 있다.

셋째는 장기적 비전이다.

이번에야 말로 국가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진정한 개편이어야 한다.

정치적 이해와 타협으로의 접근을 피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지 않을때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려운 것은 물론 관료사회의 불필요한
동요라는 문제를 낳을 수 있다.

경쟁력을 갖춘 공직사회로 변해야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관료들의 잠재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안정된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넷째로 글로벌 스탠더드와의 정합성이다.

가장 타당한 정부조직체제는 그 국가의 정치.사회.경제적 특성을 반영해야
하는 것이고 보면 어느 나라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획일적인 모델
이란 없다.

그러나 앞서가는 선진국들의 경험과 검증된 조직체제로부터 배울 점은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29개의 OECD회원국중 21개국이 예산기능을 금융.조세 등의 거시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재무부에서 관장하고 있다.

개방체제하에서 국내금융정책과 국제금융정책간의 일관성 확보 또한 중요
하다.

끝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공룡조직의 부활이라는 일부의 우려는 기우라는
점이다.

환란 직후 국민의 정부 출범과 더불어 기존의 재경원은 이미 해체되었고
금감위의 설립으로 가장 핵심부분이었던 금융감독기능은 대폭 이양되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경제중심 부처의 총괄기능강화를 위한 조정을 공룡조직의
재판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다.

오로지 국민적 지혜를 총동원해서 급변하는 21세기의 경제.사회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효율적인 조직개편이 되기를 바라는 심정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