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금리 왜곡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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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3.59%.
초저금리 국가인 일본 얘기가 아니다.
지난 8일 한국에서 실제 나타난 금리다.
정부가 입찰에 부친 3개월짜리 통화안정증권의 수익률이었다.
국제금리의 바로미터인 리보(런던은행간 대출금리)나 미국의 TB(재무부채권)
수익률보다 2%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일견 한국이 위기상황을 벗어나 선진국 이상의 금융안정을 확보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그러나 사정은 전혀 다르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금리는 연10% 이상에서 내려올줄 모르고 있다.
만기가 3개월인 은행간 CD(양도성 예금증서)수익률도 연6%대 중반이며
하루짜리 콜금리도 연5%대다.
이와 대비하면 통화채 연3.59%는 제자리에서 멀리 벗어난 금리인 셈이다.
이러한 상황은 재정경제부가 "프라이머리 딜러"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
하면서 빚어졌다.
프라이머리 딜러란 국채를 인수할 자격이 있는 금융기관을 말한다.
재경부는 오는 7월 64개 금융기관중 20개 기관을 프라이머리 딜러로 선정
하겠다고 하면서 기준은 국채 인수와 시장조성 실적이라고 지난달말 발표
했다.
프라이머리 딜러로 지정되면 국채발행정보 등을 미리 알려주겠다는 당근도
함께 제시했다.
금융기관들은 실적을 높이기 위해 앞다퉈 국채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특히 국채가 새로 나올때마다 가격을 턱없이 올려(금리를 낮춰) 입찰에
참가했다.
지난 8일 3개월짜리 통화채 입찰에선 연3%대 초반까지 제시한 금융기관이
있을 정도다.
지난 2일 나온 국고채의 수익률도 이전 발행물보다 1%포인트 정도 낮게
부른 금융기관이 부지기수다.
국채정보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금융기관으로선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다.
금리는 돈의 가치를 나타내는 주요지표다.
돈의 가치가 안정되지 않고서는 경제가 제대로 굴러갈리 만무하다.
따라서 금리를 안정시키는 일은 정책당국의 의무중 하나다.
정부가 때마다 금리안정을 외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러나 채권시장의 틀을 바꾸는 프라이머리 딜러제 및 선정기준을 마련
하면서 금리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고려했는지 의심이 간다.
더 늦기 전에 금리왜곡을 불러 일으키지 않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시장참가자들의 말에 귀기울일 시기다.
< 박준동 기자 jdpowe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2일자 ).
초저금리 국가인 일본 얘기가 아니다.
지난 8일 한국에서 실제 나타난 금리다.
정부가 입찰에 부친 3개월짜리 통화안정증권의 수익률이었다.
국제금리의 바로미터인 리보(런던은행간 대출금리)나 미국의 TB(재무부채권)
수익률보다 2%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일견 한국이 위기상황을 벗어나 선진국 이상의 금융안정을 확보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그러나 사정은 전혀 다르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금리는 연10% 이상에서 내려올줄 모르고 있다.
만기가 3개월인 은행간 CD(양도성 예금증서)수익률도 연6%대 중반이며
하루짜리 콜금리도 연5%대다.
이와 대비하면 통화채 연3.59%는 제자리에서 멀리 벗어난 금리인 셈이다.
이러한 상황은 재정경제부가 "프라이머리 딜러"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
하면서 빚어졌다.
프라이머리 딜러란 국채를 인수할 자격이 있는 금융기관을 말한다.
재경부는 오는 7월 64개 금융기관중 20개 기관을 프라이머리 딜러로 선정
하겠다고 하면서 기준은 국채 인수와 시장조성 실적이라고 지난달말 발표
했다.
프라이머리 딜러로 지정되면 국채발행정보 등을 미리 알려주겠다는 당근도
함께 제시했다.
금융기관들은 실적을 높이기 위해 앞다퉈 국채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특히 국채가 새로 나올때마다 가격을 턱없이 올려(금리를 낮춰) 입찰에
참가했다.
지난 8일 3개월짜리 통화채 입찰에선 연3%대 초반까지 제시한 금융기관이
있을 정도다.
지난 2일 나온 국고채의 수익률도 이전 발행물보다 1%포인트 정도 낮게
부른 금융기관이 부지기수다.
국채정보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금융기관으로선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다.
금리는 돈의 가치를 나타내는 주요지표다.
돈의 가치가 안정되지 않고서는 경제가 제대로 굴러갈리 만무하다.
따라서 금리를 안정시키는 일은 정책당국의 의무중 하나다.
정부가 때마다 금리안정을 외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러나 채권시장의 틀을 바꾸는 프라이머리 딜러제 및 선정기준을 마련
하면서 금리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고려했는지 의심이 간다.
더 늦기 전에 금리왜곡을 불러 일으키지 않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시장참가자들의 말에 귀기울일 시기다.
< 박준동 기자 jdpowe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