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인쇄회로기판)메이커인 심텍(대표 전세호)이 미국 최대 보험회사인
AIG로부터 2천2백만달러(약 2백60억원)의 외자를 유치했다.

심텍은 AIG에 지분 40%를 매각하는 조건으로 2천2백만달러를 전액 투자유치
키로 하는 조인식을 11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가졌다.

주당 평가가격은 액면가의 7배인 3만5천원.

이번 유치는 국내 벤처기업이 해외로 부터 조달한 투자액으로는 최대규모인
점, 전액 투자유치했다는 점, 통상의 계약과 달리 조인식 전날(10일)에 전액
입금됐다는 점에서 특기할만 하다.

전세호 사장은 "세계 굴지의 투자회사인 M사 P사 J사 등으로부터 투자제의를
받아 검토한 끝에 대등한 관계에서 AIG를 파트너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AIG는 심텍이 내년중 한국 증시에 상장하고 미국 나스닥 상장도 추진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성과 기술력을 좋게 평가,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텍은 이번 유치자금을 시험.연구.생산설비를 확충하고 4백%선인 부채비율
을 1백% 미만으로 떨어뜨리는데 사용할 계획이다.

심텍은 지난 87년 창립 이래 메모리 및 비메모리 반도체용 PCB를 전문 생산,
국내 반도체 3사 및 마이크론 텍사스인스트루먼트 NEC IBM 등 세계적인
기업들에 공급해오고 있다.

지난해 5백50억원 매출에 9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고 올해는 8백억원의
외형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에 외자유치 신기록을 세운 전 사장은 고려대 국문과와 미국 FDU대
경영대학원을 나온 문학도 출신의 벤처기업인.

엔지니어가 아니면서도 PCB의 가능성을 예감하고 87년 1백여명의 종업원을
갖춰 충북 청주 1공단에 공장을 설립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기술 전문성이 없다보니 창업이후 7년여간 경영난에 허덕이면서 연구개발을
이어갔고 그 결과 90년대 중반이후 기술력을 축적, 현재 반도체용 최첨단
패키지인 BGA용 PCB와 통신기분야에서 최첨단인 MCM용 PCB 등을 양산하는 등
몇몇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영어에 능통한 전사장은 몸소 해외로 뛰며 시장을 개척하는 영업맨이면서도
연중 3개월은 반드시 공장에 머물며 기술 및 생산지도를 하는 현장인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6월 김대중 대통령 방미 당시 대미투자유치단 일행으로 참가해
70여개 한국 벤처기업을 대표해 연설, 미국 투자기관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 문병환 기자 m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