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한 금융컨설팅사가 지난 9일 보고서에서 중국정부가 위안화
평가절하 시기를 검토하기 위해 연구팀을 구성했다고 주장하자 중국의 중앙
은행인 인민은행이 즉각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그동안 위안화 평가절하설이 거론된게 한두번이 아니지만 중국측의 강력한
부인이 거듭될수록 역설적으로 평가절하 가능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소한 보고서 주장대로 중국이 평가절하를 선택
가능한 정책수단으로 보고 실행시기를 저울질 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인민은행이 "적어도 올해안에는 평가절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중국정부의
확고한 방침이다"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아시아지역의 경제위기가 진정되거나 일본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여
위안화 평가절하가 몰고올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최소화되면 언제든지 평가
절하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따라 일부에서는 빠르면 올해 2.4분기안에
평가절하가 단행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우리기업들이 이같은 사정을
감안해 구조조정 및 수출확대를 서둘러야 함은 물론이다.

최근 중국경제가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아시아
통화위기의 여파로 수출 및 내수증가율이 모두 크게 감소함에 따라 중국정부
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7%로 지난해의 8%보다 낮춰 잡았다. 게다가
지난해 10월 광둥국제투자신탁공사(GITIC)의 파산을 시작으로 금융불안까지
급속하게 번진 결과 올해에는 외국인 직접투자가 지난해보다 56%나 줄어든
2백억달러 미만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인민은행은 지난 9일 달러의 중국유입을
촉진하고 암시장 달러를 흡수하기 위해 1년 만기 달러표시 예금금리를
3.75%에서 4.4375%로, 여신금리는 5.875%에서 6.5625%로 대폭 올렸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용인 상하이 증권시장의 B주식 시세가 지난 9일 또다시
2.1% 떨어져 사흘 연속 사상 최저치를 경신한데다,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인
S&P사가 중국투자에 신중하라고 경고함에 따라 위기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결국 위안화 평가절하 시기는 미국 연준리(FRB)의 지적처럼 중국이 경제
성장의 둔화에 따른 실업증가 및 사회불안 강도에 달려있다. 따라서 단기적
으로는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 내수진작을 위해 재정적자 규모가 지난해의
9백60억위안보다 56%나 늘어난 1천5백3억위안(약 180억달러)으로 50년만에
최대인 중국의 올해 예산안에 주목하게 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지도층이
거듭 강조하고 있듯이 국유기업 개혁의 성공여부가 중국경제의 장래를 결정할
것이다.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의 금융불안이 여전한 지금 세계경제의 안정을
위해서도 중국경제 동향이 주목되는 시점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