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프로] (60) 제5부 : <4> '프로젝트 파이낸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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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변호사의 파워는 강력해진다.
자본주의의 근간이 "계약"이고 계약은 곧 그 계약의 이행을 보증할 법적
뒷받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데블스 애드버킷이나 라이어 라이어, 레인메이커 등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나 TV 프로그램이 대거 쏟아져 나오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변호사라고 하면 과거엔 보통 형사나 민사 사건 피고의 변론자를 떠올렸지만
요즘 뜨고 있는 변호사들은 사건 사고보다는 기업이나 금융관련법 전문가인
경제변호사다.
변호사 내부에서도 "파워 시프트"(권력이동)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법무법인 세종의 허창복(44) 변호사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기업 변호사다.
변호사론 드물게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특히 금융 분야에서 선두 위치에
서있다.
국제금융 증권 M&A(기업인수합병) 투자신탁 파생금융상품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웬만한 금융업무를 훤히 꿰고 있다.
실무 경험도 풍부해 국내에서 그에 필적할만한 변호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요즘은 일감이 줄었지만 그는 국내 프로젝트 파이낸싱 분야 1인자이기도
하다.
"IMF 체제이후 대규모 투자가 줄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 관련 일감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경기가 회복되는 추세고 사회간접자본 투자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 앞으론 점차 일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허 변호사는 단군이래 최대 프로젝트로 꼽히는 경부고속철도와 인천 영종도
신공항 고속도로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주역 역할을 했다.
지난 93년 여름 허 변호사는 고속철도건설공단측으로부터 경부고속철도
공급자 선정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수십조원이 들어가는 경부고속철도 사업을 따내기 위해 프랑스와 독일이
정부 고위관리까지 파견해가며 치열한 로비전을 펼치던 때였다.
그는 프랑스와 독일이 제안한 차량 공급조건중 어느 쪽이 한국에 유리한지
를 밤을 새워가며 꼼꼼히 살폈다.
또 산더미 같은 입찰서류가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는가를 검토했다.
심사위원들은 허 변호사의 조언을 바탕으로 프랑스 TGV를 최종 선정했다.
허 변호사는 그뒤 경부고속철도 사업과 관련해 프랑스 정부및 은행과의
공공차관 도입 협상에 참여,94년 8월 62억스위스프랑(5억달러) 계약을 체결
하는데 법률적 자문을 담당하기도 했다.
계약서의 세세한 자구는 물론 자금 도입 조건, 계약서 작성 등 계약체결
전반에 관여하면서 법률적 조언을 했다.
또 지난 95년 신공항 고속도로사업 프로젝트 파이낸싱에서 고속도로사업단측
을 대리해 산업은행 등 대주측과 협상을 벌여 1조3천억원의 자금을 조달
하는데 기여했다.
"경부고속철도와 신공항 고속도로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부동산 담보없이
순전히 사업성만을 담보로 한 당시로선 획기적인 자금조달 방식이었습니다.
외국업체들이 관련된 국제적 입찰이고 이해당사자가 많아 꼼꼼한 검토가
요구됐습니다"
허 변호사는 이 두 거대 프로젝트가 큰 무리없이 마무리된게 지금도 가슴
뿌듯하다.
허 변호사가 하는 일은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그치지 않는다.
법무법인 세종의 금융팀장을 맡으면서 투자신탁회사의 외국인투자 전용펀드
설립, 기업들의 해외증권 발행, M&A, ABS(자산담보부채권) 발행 등 광범위한
업무에 관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지난 94년 나이키사의 국내 삼나스포츠
공개매수를 대행했던 일이다.
당시 한국시장 공략강화를 위해 직영체제 구축을 추구했던 나이키는 허
변호사에게 공개매수 업무를 위탁했으며 허 변호사는 이 일을 매끄럽게
마무리했다.
공개매수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때였다.
"증권거래법을 비롯한 증권관련법률에 공개매수 조항이 있었지만 한번도
적용된 적이 없어서 기업이나 정부기관, 감독기관 등 어디로부터도 시원한
대답을 들을수 없었습니다. 관계기관과 논의하면서 규정을 우리 형편에
맞도록 만들고 공개매수를 성공시킨 일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나이키의 공개매수는 국내에서 M&A 열풍을 불러 일으키는 직접적 계기가
됐다.
그후 성원그룹의 미도파 공개매수 시도에 자문해 주기도 했다.
허 변호사는 요즘 미국의 투자회사인 로스차일드를 대리해 한라그룹의
구조조정에 참여하고 있으며 한남투자증권을 대리해 미 JP모건사와의 파생
금융상품 투자관련 법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또 새한종합금융 청산인을 맡고 있기도 하다.
"외국에 비해 아직 한국은 법률체제나 판례가 투명하지 않고 잘 정리돼
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아직 국내에 정착되지 않은
규정을 관계당국과 협의해 새로 마련하고 이런 노력이 한국 경제에 조금
이라도 도움이 될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0일자 ).
자본주의의 근간이 "계약"이고 계약은 곧 그 계약의 이행을 보증할 법적
뒷받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데블스 애드버킷이나 라이어 라이어, 레인메이커 등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나 TV 프로그램이 대거 쏟아져 나오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변호사라고 하면 과거엔 보통 형사나 민사 사건 피고의 변론자를 떠올렸지만
요즘 뜨고 있는 변호사들은 사건 사고보다는 기업이나 금융관련법 전문가인
경제변호사다.
변호사 내부에서도 "파워 시프트"(권력이동)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법무법인 세종의 허창복(44) 변호사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기업 변호사다.
변호사론 드물게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특히 금융 분야에서 선두 위치에
서있다.
국제금융 증권 M&A(기업인수합병) 투자신탁 파생금융상품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웬만한 금융업무를 훤히 꿰고 있다.
실무 경험도 풍부해 국내에서 그에 필적할만한 변호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요즘은 일감이 줄었지만 그는 국내 프로젝트 파이낸싱 분야 1인자이기도
하다.
"IMF 체제이후 대규모 투자가 줄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 관련 일감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경기가 회복되는 추세고 사회간접자본 투자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 앞으론 점차 일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허 변호사는 단군이래 최대 프로젝트로 꼽히는 경부고속철도와 인천 영종도
신공항 고속도로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주역 역할을 했다.
지난 93년 여름 허 변호사는 고속철도건설공단측으로부터 경부고속철도
공급자 선정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수십조원이 들어가는 경부고속철도 사업을 따내기 위해 프랑스와 독일이
정부 고위관리까지 파견해가며 치열한 로비전을 펼치던 때였다.
그는 프랑스와 독일이 제안한 차량 공급조건중 어느 쪽이 한국에 유리한지
를 밤을 새워가며 꼼꼼히 살폈다.
또 산더미 같은 입찰서류가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는가를 검토했다.
심사위원들은 허 변호사의 조언을 바탕으로 프랑스 TGV를 최종 선정했다.
허 변호사는 그뒤 경부고속철도 사업과 관련해 프랑스 정부및 은행과의
공공차관 도입 협상에 참여,94년 8월 62억스위스프랑(5억달러) 계약을 체결
하는데 법률적 자문을 담당하기도 했다.
계약서의 세세한 자구는 물론 자금 도입 조건, 계약서 작성 등 계약체결
전반에 관여하면서 법률적 조언을 했다.
또 지난 95년 신공항 고속도로사업 프로젝트 파이낸싱에서 고속도로사업단측
을 대리해 산업은행 등 대주측과 협상을 벌여 1조3천억원의 자금을 조달
하는데 기여했다.
"경부고속철도와 신공항 고속도로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부동산 담보없이
순전히 사업성만을 담보로 한 당시로선 획기적인 자금조달 방식이었습니다.
외국업체들이 관련된 국제적 입찰이고 이해당사자가 많아 꼼꼼한 검토가
요구됐습니다"
허 변호사는 이 두 거대 프로젝트가 큰 무리없이 마무리된게 지금도 가슴
뿌듯하다.
허 변호사가 하는 일은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그치지 않는다.
법무법인 세종의 금융팀장을 맡으면서 투자신탁회사의 외국인투자 전용펀드
설립, 기업들의 해외증권 발행, M&A, ABS(자산담보부채권) 발행 등 광범위한
업무에 관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지난 94년 나이키사의 국내 삼나스포츠
공개매수를 대행했던 일이다.
당시 한국시장 공략강화를 위해 직영체제 구축을 추구했던 나이키는 허
변호사에게 공개매수 업무를 위탁했으며 허 변호사는 이 일을 매끄럽게
마무리했다.
공개매수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때였다.
"증권거래법을 비롯한 증권관련법률에 공개매수 조항이 있었지만 한번도
적용된 적이 없어서 기업이나 정부기관, 감독기관 등 어디로부터도 시원한
대답을 들을수 없었습니다. 관계기관과 논의하면서 규정을 우리 형편에
맞도록 만들고 공개매수를 성공시킨 일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나이키의 공개매수는 국내에서 M&A 열풍을 불러 일으키는 직접적 계기가
됐다.
그후 성원그룹의 미도파 공개매수 시도에 자문해 주기도 했다.
허 변호사는 요즘 미국의 투자회사인 로스차일드를 대리해 한라그룹의
구조조정에 참여하고 있으며 한남투자증권을 대리해 미 JP모건사와의 파생
금융상품 투자관련 법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또 새한종합금융 청산인을 맡고 있기도 하다.
"외국에 비해 아직 한국은 법률체제나 판례가 투명하지 않고 잘 정리돼
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아직 국내에 정착되지 않은
규정을 관계당국과 협의해 새로 마련하고 이런 노력이 한국 경제에 조금
이라도 도움이 될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