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서 분리 독립된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76년 창사이래 가장 큰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자동차 지분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넘겨 받은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은 8일 오전 강남사옥으로 첫 출근, 본격적인 경영에
돌입했다.

정몽규 회장-이방주 사장-김판곤 부사장을 축으로 하는 핵심라인업도
구축된 상태다.

이에따라 재무 기획 홍보부문 등을 중심으로 조직및 인사개편이 조만간
뒤따를 예정이다.

새 선장을 맞이한 현대산업개발은 주력사업부문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만여가구의 아파트를 건립한 이 회사는 국내 최대 주택건설업체로
주택부문이 전체 매출의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까진 해외건설과 토목.플랜트분야에 강한 현대건설과 사업내용이
겹치는 부문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이 그룹에서 분리되면 이같은 사업구도가 재편될
전망이다.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날 변화는 활발한 사업다각화다.

주택부문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토목 발전소 SOC 레저부문 해외사업 등
신규사업부문에도 적극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5년이상 중단됐던 해외사업을 재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회사는 80년대 중반이후 해외사업이 전무한 상태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다시 진출할 기회를 놓친 것.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현대자동차의 해외영업에 대한 노하우와 파이낸싱기법 영업망 등을 십분
활용할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해외진출의 기반이 마련됐고 승산이 높아진 만큼 시기가 문제일뿐 진출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는게 회사안팎의 시각이다.

발전소 환경사업 토목 SOC분야 등에도 활발한 진출이 기대된다.

그동안 현대산업개발 내부에서는 성장잠재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주택부문을 탈피, 유망사업 분야에 진출하자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현대건설
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상당부문 자제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눈에 보이지 않는 족쇄가 풀린만큼 이러한 사업들로 무게중심
을 옮겨갈게 확실하다.

실제로 현대산업개발은 그동안 부분적으로나마 화력발전소 환경사업 등
비주택 부문으로의 진출을 추진해 왔다.

국내 최대 화력발전소인 삼천포발전소를 건립했고 한강 오수처리시설 등을
준공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에는 총 사업비가 5조원에 달하는 용산민자역사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따내기도 했다.

건설업체로서는 드물게 재무구조가 탄탄한 점도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말 기준 자산 3조5천억원, 매출 2조1천억원으로 2백70억원
의 세전순익을 기록했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건립과 신도시 아파트 사업을 바탕으로 국내 주택부문
1인자로 성장한 현대산업개발.

자동차 신화를 일궈낸 정세영 명예회장을 맞아 또 한차례의 성공적인
변신을 이룰지 주목된다.

< 유대형 기자 yoo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