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조정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경제 부총리제를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실.국장급 고위 공직을 민간과 공무원이 공개 경쟁하는 "개방형 임용직"
으로 바꾼다는 방침은 바람직하지만 민간인 채용쿼터를 못박는 등 보완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경영진단조정위원회(위원장 오석홍 서울대교수)는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대강당에서 "정부조직개편안과 운영시스템 개선방안"
공청회를 열었다.

정부 조직개편을 앞두고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행사에는 재경부와 기획예산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정부 예산기능을
비롯, 산업 및 과학기술정책기능 일원화와 이에따른 정부부처 축소 및 인원
감축 문제 등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또 정.관계 인사 시민단체 기업체임직원 일반시민등 5백여명이 자리를
가득 메워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공청회는 경영진단조정위원인 김판석 연세대 교수가 "운영시스템 개선방안"
을, 정용덕 서울대 교수가 "조직구조 개편방안"을 주제로 조정위원회가
마련한 시안을 설명한데 이어 토론자들의 쟁점을 둘러싸고 토론을 벌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경영진단조정위는 이번 공청회를 바탕으로 10일 정부조직개편 최종안을
기획예산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기획위는 오는 12일께 당정협의를 거쳐 다음주중 정부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주요 쟁점사항을 간추린다.

<> 경제정책조정기능.예산권 소관 =김일수 고려대 교수는 "현재처럼 위기
관리 상황에선 예산권과 정책조정기능을 한데 묶는 것이 합리적"이란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재경부 외청으로 돼 있는 예산청을 재경부 예산실로 편입시키는
방안에 찬성한다"고 덧붙였다.

박종규 한국특수선회장은 국민경제자문회 역할은 거시경제 및 산업분야로
제한하고 예산정책은 대통령 주재하에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예산청은 현체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기획예산위원회를 경제기획위원회로 바꿔 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국
기능을 맡길 것을 건의했다.

조창현 한양대 부총장은 "예산은 정책의 재정적 표현"이라며 기획예산위를
예산청과 통합하는 안을 지지했다.

이영란 교수는 "지난 2월 당행된 제1차 정부조직개편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경제정책조정기능이 미흡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뒤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실질적 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부총리제를 부활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산업.과학기술정책기능 =조창현 부총장은 산자 과학기술 정통부 통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기능조정이 안되고 중복되는 업무가 많다는 문제는 현체제를 유지
하면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3부처간 통합이 더 큰 부작용을 낳는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 복수안 =이은영 외국어대 법대 교수는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은 부분적
으로 과감하기도 하지만 민감한 사안은 부처별로 최대 3개까지 복수안을
제시해 결론을 흐려 놓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복수안에서 개혁안은 구색으로 갖춰놓았을 뿐 결과는 현체제를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며 복수안으로 논점을 흐리지 말고 과감한 정부 구조
조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개방형 임용제 =박내회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개방형 임용제는
공직사회를 뒤흔드는 획기적인 발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정착되려면 공평하고 객관적인 평가제도 등의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공무원 조직이 흔들려 업무가 마비되는등 후유증에 대한 대비책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영란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한일 어업협정과 국민연금제도 파문은
공무원의 전문성이 부족한데 따른 당연한 결과 "라며 민간의 전문성을
공직에 수혈한다는 개방형 임용제는 일찌감치 도입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행정직을 중심으로 특정직까지 확대한다는 조정위원회의 방침은
전문화가 요구되는 특정직에서 시작해 일반직으로 확산하는 순서로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태권 서울산업대 행정학과 교수는 "그동안 공무원사회가 철밥통이라는
비판을 받은 것은 임용제도가 너무 폐쇄적이고 신분보장이 너무 강했기 때문"
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각론에는 이의를 달았다.

그는 "성과지표 측정등 준비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장급 이상
자리중 상당수를 1~2년에 걸쳐 외부에서 채용한다는 것은 너무 조급한 조치"
라고 평가했다.

적어도 3~5년간 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시행해야 공직사회 동요를 줄일 수
있다는게 그의 지적이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도 총론에는 찬성했으나 각론에는 이견을
제시했다.

개방형 임용제도는 대통령과 권력기관이 자기사람을 심는 엽관제 악용될 수
있다는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이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먼저 직무분석 제도를 도입해 임용과정을
투명하게 만드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현행 체제로는 민간인이 공직을 차지하는 비율이 10%를 밑돌 것이라며
따라서 20% 이상은 민간인에 배정한다는 쿼터를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민간인 국장이 채용되면 조직장악력이 떨어져 공무원으로부터
집단따돌림을 당할 우려가 있다며 이들에게 인사권을 포함한 실직적인 권한
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공무원들은 개방형 임용제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질의.응답시간에서 "순환형 보직제에 따라 1년단위로
보직을 바꿔 전문성을 상실한 공무원들에게 수십년간 한우물을 파온 민간인
과 경쟁하라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개방형 직위중 결원이 생겼을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민간인과 공개
경쟁을 시행하면 공직사회의 동요를 막으면서 2~3년뒤엔 당초 목표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행시.외시 통합 =하태권 서울산업대 행정학과 교수는 외무고시와 행정
고시를 통합한다는 방침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외무고시에 국제통상직을 신설하거나 산업자원부와의 교류를 활성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영환 전경련 상무이사도 가세했다.

그는 외시와 행시를 합치기 보다는 부처별로 채용시험을 분리 실시하는게
전문성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 부패방지 =이영란 교수는 "부패방지 핵심은 규제개혁에 있다"며 이를
위해선 공무원 의식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공무원이 퇴직뒤 관련기관에 취업하는 길을 막는다는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위헌소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패방지를 위해서는 모든 공무원의 재산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세청 등에서 무작위로 대상자를 추출해 재산조사를 벌여 적발되면
철저히 처벌하는 방안이 보완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성과관리제.복식부기 =이형모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은 행정부처 회계를
기존 단식에서 복식부기로 바꾸면 예산집행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단순히 자산과 부채 및 자본현황을 비교하는 대차대조표를 작성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현금흐름표와 원가분석표도 함께 작성해 정부회계를 민간
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