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사태로 곤경에 빠졌던 우리경제가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4백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놀랄 정도로 빠른 회복세를 보인 배경에는 저환율 저금리
저유가를 뜻하는 이른바 "신3저현상"의 혜택을 적지 않게 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신3저현상이 세계경제 동요를 막기 위한 임시
방편의 결과로서 일시적인 현상일뿐 큰 기대를 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특히 세계경제의 구조적인 불안을 잘 드러내는 예가 저유가 현상이다.
원유를 비롯한 국제원자재 값의 폭락 덕분에 우리를 포함한 비산유국이
물가안정 국제수지개선 등의 혜택을 누렸지만 동시에 산유국 경제난 및
국제금융위기 확산, 에너지 낭비 및 환경오염 가속화, 3차 석유파동 가능성
등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해마다 엄청난 액수의
에너지를 수입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당연히 이같은 상황을 주시하고 에너지
절약 등 대비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원유값 폭락으로 러시아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이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타격을 입었고 최근에는 이란이 우리 물품의 수입대금 지불을 지연시키는 등
중동에도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따라서 산유국의 구매력 저하가 세계경제
침체를 심화시키고 세계경제 침체는 다시 원유수요를 감소시키는 악순환을
불러오며, 산유국들의 경제난으로 촉발된 국제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또한 저유가 사태가 계속될 경우 원유채굴비가 비싼 비중동 산유국들은
조만간 원유채굴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국내외 정세가 불안한
중동지역의 원유생산 비중이 다시 높아져 또다른 석유파동 가능성이 우려된다

대응방안으로 이코노미스트지는 유류세를 인상해 그 돈을 대체에너지
개발을 위해 쓰는 방안을 권고했다. 에너지 절약 및 효율향상에 힘써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업의 에너지효율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여간 걱정이 아니다.

어제 발표된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생산물 1단위를 만들기 위해 쓰이는
에너지 소비액인 에너지 투입계수가 우리나라 산업의 경우 지난해 1~11월중
0.028로 지난 95년의 0.026 보다도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에너지
투입계수가 0.054로 에너지 효율이 매우 낮은 시멘트와 철강 등 기초소재
산업은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탄소배출 규제 등에 대비해서도 효율개선에
각별히 노력해야 할 상황이다.

비록 경제난과 원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작년 1~11월중 우리나라의 에너지
총소비액은 23조2천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7.7% 줄었으며 지난해 원유수입액
도 1벡12억4천만달러로 97년에 비해 37%나 줄었지만 에너지 효율을 높이지
않고는 언제든지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