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농장"이 IMF 구제금융시대에 시민들의 마음을 넉넉히 만들어주는
휴식처로 각광을 받고 있다.

주말마다 3~5평 규모의 텃밭으로 나가 채소 등을 가꾸며 가족과 함께
심신을 재충전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 구청 중에서는 서초구 강동구 강서구 은평구 서대문구 양천구
등이 주말농장을 운영하거나 계획중에 있다.

이들 구청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올들어 주말농장을 임대하려는 주민들이
지난해에 비해 놀라우리만치 부쩍 늘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강동구의 경우 최근 5평씩 분양하기로 하고 2백가구를 모집했으나
무려 5백가구가 넘게 지원, 2.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모집 가구수를 약간 웃도는 가구가 지원했었다.

강동구청 양기천 청소과장은 "IMF 이후 가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주말을 가족과 함께 조촐하게 주말농장에서 보내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주말농장 배당 정원을 지난해보다 40가구 많은 1백40가구로 늘린 서대문구는
최근 임대공고를 낸지 불과 3일만에 정원을 거의 채우다시피했다.

서대문구는 주민들의 호응도가 높자 5평 분양에 5만원하는 비용을 절반정도
부담해주기로 했다.

3월 하순경에 모집공고를 낼 예정인 강서구에는 벌써부터 하루 3~4통씩
문의전화가 걸려오고 있을 정도로 시민들의 관심이 높다.

오는 11일께부터 지원접수를 받을 계획인 양천구에도 분양문의를 하는
시민들이 줄을 잇고 있다.

양천구는 이 추세대로라면 분양경쟁률이 2대 1을 훨씬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쟁률은 사상 유례없이 높은 수치다.

은평구는 5월말 주말농장을 개장할 예정인데 올해는 모집가구수를 훨씬
초과하는 지원자가 몰릴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은평구는 응시 가구수가 많을 경우 가구당 분양평수(5평)를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가급적 모두 수용할 생각이다.

1만2천7백70평 규모의 주말농장에 2천1백50가구를 모집하는 서초구는 다소
특이한 케이스.

서초구는 관내 농장인 대원농장 등 8개 농장과 제휴를 맺고 주말농장을
분양받으려는 주민들을 연결해주고 있다.

유휴지를 임차해 주민들에게 분양해주는 다른 구청들과는 대조적이다.

서초구 공원녹지과 황성관 담당은 "지난 23일 모집광고를 낸지 10여일만에
벌써 1천가구가 넘게 지원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말농장이 인기를 끄는 것은 우선 임대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5평 정도를 1년 임대하는데 5만원 정도 밖에 들지 않는다.

게다가 농기구를 무료로 빌려 쓸수 있고 영농기술도 구청 등에서 가르쳐
주고 있다.

가족과 함께 저렴한 비용으로 자연속에서 주말을 쉬면서 보낼 수 있는
휴식처로 손색이 없는 것이다.

4년째 주말농장을 분양받아 가꾸고 있는 김종근(54.자영업.강동구 천호2동)
씨는 "공해에 찌든 도심을 벗어나 공기좋은 야외에서 아이들과 함께 자연학습
겸 소풍삼아 주말 마다 찾다보면 기분이 훨씬 맑아진다"며 주말농장 예찬론을
폈다.

< 류성 기자 sta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