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단란주점, 환타지아 경양식, 타임 다방..."

우루과이(UR)라운드 협상 타결에 따라 우리 농어촌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지난 92년부터 투입한 농어촌 구조개선사업비로 만들어진 유흥업소들
이다.

이곳의 주인들은 모두 영농후계자들이거나 전업농으로 정부가 인정해 준
사람들이다.

이들은 낙농이나 축산 한우사육 등의 명목으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의
자금을 무상 또는 저리로 융자받아 업소를 차린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국민의 혈세 42조원이 투입된 농어촌 구조개선사업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42조원으로는 경부고속철도를 3개나 놓을 수 있다.

이런 막대한 돈이 지난해 말까지 모두 투자됐음에도 우리 농어촌의 현실은
아직도 빚더미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감사원 관계자들은 감사 도중 현지 농어민들의 분노 어린 목소리를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고 한다.

"넥타이 매고 관에 자주 출입하는 사람들이나 지역유지들이 돈을 다 타간다"
"보조금을 탄 다음날 서울로 올라가 버리고 그들 중에는 대기업체에서 근무
하는 사람도 있다"는 등.

한 관계자는 "어떤 농민은 이런 돈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더라"며 개탄했다.

새정부 들어서도 제2차 농어촌 구조개선사업을 위해 올해부터 2004년까지
45조원이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

이 돈이 또 다시 단란주점이나 티켓다방을 차리는데 쓰여지지 않으리라고
아무도 장담을 못한다.

농어촌과 관련된 비리의 범위와 규모는 워낙 넓고 크다.

오죽하면 감사원도 이번 감사에서 경기도 등 4개지역에서만 표본 감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투입 가능한 인력도 20여명에 불과했다.

감사의 사각지대가 많아 비리 재연의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뒤늦게 농어촌 구조개선사업비 집행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농협, 축협 등에 대해 개혁과 구조조정을 실시한다며 부산을 떨고
있다.

하지만 이상한 말들도 나온다.

내년 총선을 대비한 농어촌 길들이기라니 농업부문 예산을 깎기 위한 분위기
조성이라니 등의 어처구니 없는 소리들이다.

이러쿵 저러쿵하는 소문들이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가 될 수 있도록
"확실한" 제도적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

감사를 위한 감사도 지양돼야 한다.

관료들의 자의적인 예산 집행을 막기위해서는 구조개선사업에 대한 농어민
홍보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 한은구 정치부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