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는 수학에 기초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과학적이면서 동시에 예술적인
면도 갖고 있다.

객관적인 것 같지만 주관적인 포장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통계라는 단어 다음에는 흔히 "허구"라든가 "마술"이라는 용어들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영국의 유명한 정치가인 디즈레일리는 "거짓에는 세가지가 있다.

거짓과 새빨간 거짓, 그리고 통계가 그것이다"고 말했다.

거짓중에서도 그 정도가 가장 심한 것이 통계라는 비유인듯 하다.

사실 통계는 작성대상과 분석방법에 따라 그 결론이 정반대로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작년에 우유 한 컵의 가격이 1천원이었고, 빵 한 개는 5백원이었으나
금년에 우유값은 5백원으로 내렸고, 반대로 빵값은 1천원으로 올랐다고
가정하자.

물가가 올랐다고 해야 할지, 내렸다고 해야 할지 난감해진다.

이때 동원되는 것이 물가지수다.

작년의 우유와 빵값을 100으로 잡아 금년의 지수를 산출해 보면 우유는
절반 값으로 내렸으니 50이 될 것이고, 빵은 200이 될 것이다.

이들 두가지 물건값의 지수를 단순평균해 보면 125가 된다.

결국 금년 물가가 25% 올랐다고 해석할수 있다.

그런데 금년을 기준(100)으로 해서 다시 계산해 보면 결과는 달라진다.

작년의 우유값 지수는 200이 되고, 빵은 50이 된다.

그 평균은 역시 125다.

통계를 그대로 해석하면 작년의 물가가 금년보다 오히려 25%나 높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요즈음 연중 무휴로 실시되는 백화점들의 세일기간중 "지금 물건을 사면
값을 1백%나 절약할수 있다"는 선전문구를 쉽게 발견할수 있다.

1만원짜리 물건을 5천원으로 할인해주면서 그같은 표현을 한다.

산술적으로는 50%를 할인한 것이다.

그러나 정상가격이었더라면 1만원으로 1개밖에 살수 없었던 것을 지금은
2개를 살수 있으니 1백%가 절약된다는 표현도 무리가 아닐 성싶다.

새로운 가격, 즉 5천원을 기준으로 하면 분명 1백%가 줄어든 것이다.

공정거래법상의 과장광고 여부는 별개로 치고...

올들어 우리나라의 경제지표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갈래다.

정부가 얼마전 발표한 1월중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실물경제의 호전이
뚜렷하다.

정부는 생산과 출하가 전년동월대비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고, 기계
수주도 큰 폭으로 늘었다는 점을 들어 경기가 이미 회복국면에 들어섰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예전과 전혀 달라진게 없고 썰렁하기만
하다.

왜 그같은 견해차가 생기는가.

통계의 허점 때문이라는게 일반적인 설명이다.

IMF한파 엄습 직후인 작년 1월의 산업활동이 급격히 둔화된 탓으로 이를
기준으로 한 금년 증가율은 높게 나타날수 밖에 없다.

특히 산업생산은 비중이 높은 반도체등 일부 산업의 회복속도가 빨라 대다수
업종이 고전중인데도 전체 산업이 회복되고 있는듯 과장 해석되고 있다.

며칠전 발표된 수출실적은 더욱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통상산업부가 발표한 지난 2월중 수출실적은 94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6%나 줄었다.

지난 85년 1월이후 가장 큰 감소율이라고 한다.

금년 1월 증가율 3.7%와 대비하면 비상사태가 아닐수 없다.

그러나 감소요인을 들여다 보면 이것 역시 통계상의 허점을 발견할수 있다.

작년은 설 연휴가 1월중이었던데 반해 금년에는 2월에 들어 있어 조업일수가
작년보다 적었다.

또 작년 1월에는 금모으기운동으로 인한 금수출이 12억달러에 달해 그 실적
이 예년과는 달랐다.

결국 불규칙하게 늘어났던 전년실적을 기준으로 증가율을 계산하면 금년은
낮을 수밖에 없다.

산업생산과는 달리 경기후퇴라는 측면에서 통계가 과장된 셈이다.

물론 수출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부는 물론이고 소비자들도 통계수치에 얽매여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경제의 실체를 좀더 정확히 파악하고 정책수립과 소비활동에 나서는
것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특히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지표는 기업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경제의 흐름을 바꿔놓을수 있기 때문에 그 해석이 신중하지않으면 안된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들뜨게 하는 것은 더 큰 화를
자초할 우려가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