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 가꾼 꿈을 모국에 심는다"

미국 디자인업계에서 톡톡 튀는 디자인으로 명성을 얻은 이노디자인사의
김영세 대표(49).

그가 세계적인 컴퓨터 그래픽 솔루션 업체인 유니그래픽스솔루션사와
1백만달러(약 12억원)를 공동출자해 "이노디자인아카데미"를 세우기로
4일 계약을 체결했다.

이노디자인아카데미는 오는 4월1일 이노디자인 서울사무소가 있는
강남의 이동수빌딩 7층에 문을 열 예정이다.

제품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이너들을 심사를 거쳐 뽑아 3개월 과정으로
교육한다.

한번에 20명씩 한해 모두 4기를 뽑는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디자이너는 미국 이노디자인 본사로 스카웃도 할
방침"이라는 김 대표는 "한국 디자이너들은 소질이 뛰어나 잘만 다듬으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세운 이노디자인은 미국내에서도 손꼽히는 디자인 전문회사다.

이노디자인은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에게 디자인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또 가방업체인 샘소나이트와 테니스라킷업체인 윌슨등 유명 브랜드들
로부터도 신뢰받는 회사다.

국내에도 LG전자와 대우전자 쌈지를 비롯해 여러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해
놓고 있다.

최근에는 LG의 냉장고 디오스를 비롯해 디자인한 상품들이 잇따라
국내외에서 히트를 치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는 이노디자인아카데미에서 국내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이노디자인만의
독특한 디자인 기법인 VPD(Virtual Product Design)를 가르칠 작정이다.

VPD는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제품의 겉모습뿐 아니라 속과 기능까지
디자인하는 것을 말한다.

VPD를 쓰면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처음부터 함께 작업을 할 수 있게 돼
제품개발 기간이 크게 줄어든다.

김 대표는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에콴 겐지처럼 한국의
디자인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엔콴 겐지가 일본내에 세운 GK는 디자이너만 2백명에 달하는 세계적인
디자인 전문회사다.

이 목표를 위해 그는 지난 97년에 이노디자인 한국지사를 세웠으며 올해는
아카데미외에도 이노디자인 갤러리를 열어 국내에 뿌리를 다질 계획이다.

김 대표는 74년 서울대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 뒤 미국 디자인 회사인 멜볼트 어소시에이츠와 GVO에서 디자이너로
일했으며 일리노이 대학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다.

그가 이노디자인을 세운 것은 지난 86년이다.

이노디자인은 줄곧 승승장구해 지금은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시에
6백만달러(72억원)짜리 스튜디오를 갖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91년에는 미국의 비즈니스위크지가 선정하는 "올해
최고의 디자이너"로 뽑히기도 했다.

지난 93년에는 같은 잡지가 주는 IDEA상 금상을 받았다.

< 김용준 기자 dialec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