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0년부터 1950년까지 1백여년동안 한국화가 어떻게 전개돼 왔는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박물관에서 지난 2일 개막돼 오는 5월 21일
까지 계속되는 "근대 한국화의 탐색전".

"소정과 금강산전"(호암갤러리, 4월 11일까지) "이중섭전"(갤러리현대,
9일까지)과 함께 한국근대미술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대형 기획전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전시회에 출품된 그림은 모두 94점에 이른다.

산수화에서부터 사군자 인물 영모 초충에 이르기까지 41명의 화가가 그린
다양한 작품이 나와 있다.

출품작중엔 그동안 훼손가능성이 있어 내놓지 않다가 족자및 액자형태로
표구해 이번에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그림이 다수 포함돼 있다.

조선시대 국립미술기관이었던 도화서 출신의 화가 혜산 유숙(1827-1873)이
그린 "산수도"를 비롯 흥선 대원군(1820-1898)의 난초그림 "석란도"(6곡병풍)
, 소호 김응원(1855-1921)이 한창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인 1901년 제작한
"난석도"(6곡병풍) 등이 처음 선보는 대표적 작품들.

오원 장승업(1843-1897)의 "쌍구도" 심산 노수현(1899-1978)의 "괴석도",
고암 이응로(1904-1989)의 "창조" 등도 처음 공개되는 그림들이다.

근대회화의 명품으로 평가되는 그림들도 많이 나와 있다.

심산이 1920년대 중반 젊은 열정을 쏟아 부어 그린 "신록도"는 서구적
투시법과 대상의 입체감을 섬세하게 살려낸 대작이다.

"낙화암도"는 남농 허건(1907-1987)이 1938년 부여 부소산과 낙화암, 백마강
등을 실경을 바탕으로 그린 역작이다.

또 청전 이상범(1897-1972)의 "보덕굴도"는 청전이 1940년대 금강산 보덕굴
을 직접 보고 와서 그린 작품으로 구도와 화법이 뛰어나다.

이당 김은호(1892-1979)의 "순종어진"은 순종의 군복정장 모습을 정면에서
그린 것으로 세필초상화의 대가인 이당의 솜씨가 잘 나타나 있다.

91세까지 장수하며 많은 초상화를 남긴 석지 채용신(1850-1941)의
"실명씨초상"도 조선말 초상화의 독특한 기법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밖에 우청 황성하(1891-1965)의 "송월도", 석연 양기훈(1843-1917년이후)
의 "화조도"(6곡병풍) 등 손가락으로 그린 독특한 그림도 출품됐다.

김우림씨(고려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뚜렷한 개성과 탄탄한 기량이
엿보이는 명품에서부터 다소 화격이 떨어지는 그림까지 다양한 작품을 전시,
한국근대회화의 실체를 살펴 볼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요일및 공휴일 휴관.

< 이정환 기자 jh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