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일부 조달품목을 공개경쟁입찰로 구입하겠다고 발표한지 한달만에
내부공문을 통해 다시 수의계약으로 전환, 납품업체들이 혼선을 빚고 있다.

특히 이같은 구매정책의 전환시점이 "수의계약 환원"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업종별 조합장 선거와 맞물려 모종의 연관관계가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
이 제기되고 있다.

4일 국방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공개입찰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던
조미 김, 생선묵, 햄버거 패티, 햄버거 빵 등 4개 식품류가 2월 들어 모두
수의계약으로 환원됐다.

또 지난해 공개경쟁 입찰이 시행됐던 옥수수기름과 고추장류도 올해는 다시
수의계약으로 묶였다.

금액으로는 햄버거패티 1백4억원, 햄버거빵 1백6억원 등 작년 조달실적을
감안할 경우 약6백억원에 달한다.

당초 국방부는 투명한 구매를 표방하면서 공개입찰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설연휴 직후인 2월18일 국방부는 갑자기 내부공문을 통해 이들
식품류를 다시 수의계약 방식에 의해 구매토록 지시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와관련, "이들 품목이 중소기업청의 수의계약 권장품목에
묶여 있어 이와 맥락을 같이하기 위해 공개입찰 전환계획을 철회했다"며
"작년에 공개입찰 방식을 취한 2개 식품류도 문제점이 발견돼 다시 수의계약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중소기업청 수의계약 권장 품목은 이미 지난해 발표
됐는데도 2월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정책을 변경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그동안 입찰을 위해 준비한
노력이 모두 허사가 됐다"고 말했다.

또 "조달행정 개혁을 위해 발표한 국방부의 구매정책이 중소기업청의 방침에
맞춰 철회된다는 것은 그동안의 관행에 비춰볼 때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
했다.

한편 국방부는 군장병들이 마시는 우유를 올해도 축협과 수의계약을 통해
납품받기로 해 민간 유가공업체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수의계약 가격이 2백ml들이 소형 팩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12원 오른
2백7원으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지자 매일 남양 해태유업 등 한국유가공협회
소속 13개 업체들은 예산낭비라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들 업체는 동일한 제품을 1백60원이면 납품할수 있다면서 우유의 연간군납
규모를 3백90억원으로 잡으면 90억원 상당의 예산을 절감할수 있다고 주장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82년부터 수의계약으로 축협에 독점납품권을 준 국방부는
축산농가보호와 군급식의 안정성유지를 이유로 기존관행을 고수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민간유가공업체들은 축협 산하 농가의 원유생산비중이 35%에 불과해
전체 축산농가 보호라는 국방부의 주장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유가공협회 회원사들은 라면의 경우도 업체간의 자율경쟁을 통해 군납을
하고 있다고 전제, 우유도 이같은 전례를 따르는게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현재 국방부의 수의계약방침에 따라 반사적 이익을 얻고 있는 서울우유
협동조합 등 축협산하 생산자단체들은 이에 대한 논란으로 지난 86년
유가공협회를 탈퇴한 상태다.

< 김영규 기자 young@ 장유택 기자 chang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