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글로벌시대의 '족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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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당신들이 지난 1년동안 무엇을 했고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다"
DJ 취임 1주년을 전후해 방한하는 외국 고위관료나 학자들은 대개 한국의
위기극복 노력을 치켜세우고 덕담을 많이 한다.
하지만 작심하고 한국상황을 진단하는 자리에선 얘기가 사뭇 달라진다.
한국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이들이 아닌데도 손바닥 들여다 보듯이 소상히
알고 있다.
대충 흐름만 알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한국인의 근성이나 심리상태까지도
낱낱이 파악하고 있다.
섬뜩한 느낌이 들 정도다.
지난달 25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부 부장관의
강연도 그런 케이스다.
그는 "1년전 침울했던 상황에 비추어 거리에 흘러넘치는 차량행렬을 보니
흐뭇하다"고 치켜 세우는 조로 시작했지만 본론에 접어들면서 마치 해부하듯
날카로워졌다.
"작년엔 자신감이 너무 모자란 것이 문제로 보였는데 올해는 자신감이 너무
넘치는 것이 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동안 위기감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였다면 지금은 겁을 너무 안내는
것이 문제"라고 부연설명까지 곁들였다.
그는 시종일관 우회적인 표현을 썼지만 핵심은 다 짚었다.
요컨대 "한국인들이 일치단결해서 뚝심있게 밀어붙이는가 싶었는데 1년
남짓 지나자 벌써 긴장이 풀린 것 같다"는 얘기였다.
마치 한국인의 "냄비근성"을 힐난하는 것 같아 찔끔했다.
경기회복에 대해서도 국내낙관론을 의식한 듯 "그렇게 간단치 않다"면서
하버드 출신 경제학자답게 숫제 강의조였다.
"심장이 순간적으로 발작을 일으켰다가 금방 회복되는 것과는 다르다"고
한 수 가르친 다음 "지나친 자만은 "자기기만"일 수도 있다"고 듣기에
따라선 모멸감이 느껴지는 고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튿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한 후쿠야마 조지
메이슨대 교수는 한술 더 떠 한국의 사회상까지 꿰뚫었다.
"범죄와 폭력의 주범들이 대부분 젊고 미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은
앞으로 15~20년 이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머스나 후쿠야마씨는 한국전문가들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 정도로 유리알 들여다 보듯 한다면 외국인투자자들처럼 한국에
이해관계가 많은 이들은 오죽할까.
남들이 우리의 일거수일투족과 속내까지 훤히 알고있다는 것은 "글로벌
시대의 족쇄"인 셈이다.
정부든 기업이든 이제 얼렁뚱땅 넘어가던 시절은 영원히 지났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할 것같다.
< 이동우 경제부 기자 lee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일자 ).
다 알고 있다"
DJ 취임 1주년을 전후해 방한하는 외국 고위관료나 학자들은 대개 한국의
위기극복 노력을 치켜세우고 덕담을 많이 한다.
하지만 작심하고 한국상황을 진단하는 자리에선 얘기가 사뭇 달라진다.
한국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이들이 아닌데도 손바닥 들여다 보듯이 소상히
알고 있다.
대충 흐름만 알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한국인의 근성이나 심리상태까지도
낱낱이 파악하고 있다.
섬뜩한 느낌이 들 정도다.
지난달 25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부 부장관의
강연도 그런 케이스다.
그는 "1년전 침울했던 상황에 비추어 거리에 흘러넘치는 차량행렬을 보니
흐뭇하다"고 치켜 세우는 조로 시작했지만 본론에 접어들면서 마치 해부하듯
날카로워졌다.
"작년엔 자신감이 너무 모자란 것이 문제로 보였는데 올해는 자신감이 너무
넘치는 것이 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동안 위기감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였다면 지금은 겁을 너무 안내는
것이 문제"라고 부연설명까지 곁들였다.
그는 시종일관 우회적인 표현을 썼지만 핵심은 다 짚었다.
요컨대 "한국인들이 일치단결해서 뚝심있게 밀어붙이는가 싶었는데 1년
남짓 지나자 벌써 긴장이 풀린 것 같다"는 얘기였다.
마치 한국인의 "냄비근성"을 힐난하는 것 같아 찔끔했다.
경기회복에 대해서도 국내낙관론을 의식한 듯 "그렇게 간단치 않다"면서
하버드 출신 경제학자답게 숫제 강의조였다.
"심장이 순간적으로 발작을 일으켰다가 금방 회복되는 것과는 다르다"고
한 수 가르친 다음 "지나친 자만은 "자기기만"일 수도 있다"고 듣기에
따라선 모멸감이 느껴지는 고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튿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한 후쿠야마 조지
메이슨대 교수는 한술 더 떠 한국의 사회상까지 꿰뚫었다.
"범죄와 폭력의 주범들이 대부분 젊고 미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은
앞으로 15~20년 이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머스나 후쿠야마씨는 한국전문가들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 정도로 유리알 들여다 보듯 한다면 외국인투자자들처럼 한국에
이해관계가 많은 이들은 오죽할까.
남들이 우리의 일거수일투족과 속내까지 훤히 알고있다는 것은 "글로벌
시대의 족쇄"인 셈이다.
정부든 기업이든 이제 얼렁뚱땅 넘어가던 시절은 영원히 지났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할 것같다.
< 이동우 경제부 기자 lee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