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국내은행 경영에 대거 참여한다.

지난 2월27일 사실상 막을 내린 올 은행 주총에서는 다수의 외국인
전문가들이 비상임이사로 영입됐다.

상임이사 숫자가 줄고 비상임이사 중심으로 이사회 권한이 막강해짐에
따라 이들 외국인은 은행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은행별로 전체 비상임 이사 가운데 외국인은 1~3명에 불과하지만
금융전문가인 이들이 반대할 경우 안건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은 지난 27일 정기주총을 통해 토마스 크라옌빌
국제금융공사(IFC) 금융기술자문관과 브루스 윌리슨 전 미국
퍼스트인터스테이트 은행그룹 부회장을 비상임이사로 영입했다.

이에 앞서 외환은행은 26일 정기주총에서 외국계회사인 콘페리인터내셔널
서울사무소 대표를 비상임이사로 선임했다.

이 은행은 대주주인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위르겐 레머 전무와 볼프강
회니히 종합기획부장을 이미 비상임이사로 선임한 상태여서 외국인 비상임
이사는 전체 9명 가운데 3명에 달한다.

만프레드 드로스트 부행장과 한스베른하르트 메어포르트 상무는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외국인 지분을 유치한 한미 하나은행들도 외국인을 상임 혹은 비상임
이사로 선임, 은행경영에 참여토록 하고 있다.

한미은행은 대주주인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A) 출신인 자레 미셀리언
부행장을 이번 정기주총에서 3연임토록 했다.

또 아룬 두갈 BA 아시아지역 본부장을 비상임이사로 영입했다.

IFC의 투자를 유치한 하나은행은 로이 카라오글란 IFC 이사를 비상임이사로
보유하고 있다.

비상임이사는 은행에 매일 출근하며 업무를 보지 않지만 정기적으로 이사회
(은행내 최고의결기구)에 참석, 은행경영과 관련한 주요 결정을 내린다.

<>정관변경 <>예산.결산 <>은행장등 임원교체 <>채권발행 <>본점이전
<>합병승인등에 관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은행들은 팩스나 이메일(전자우편)을 통해 이들에게 수시로 주요 안건을
보고하도록 돼있다.

이들은 이사회뿐만 아니라 리스크관리 등 은행내 소위원회에서도 활동한다.

이에 따라 은행장이 독단으로 일을 처리하거나 "신관치"를 동원하기
어려워지게 된다.

은행들도 경영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상임이사들은 대부분 국제금융 전문가들이어서 은행경영에 많은 조언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크라옌빌 국민은행 비상임이사는 스위스연방은행(UBS) 이사를 역임했으며
IFC(국제금융공사)의 금융기술자문관으로 일한 인물.

그는 지난달 27일 주총직후 열린 국민은행 이사회에 참석, "합병후 업무
통합과 문화적 차이극복이 얼마나 잘 진행되고 있느냐"며 은행경영을
꼬치꼬치 캐묻기도 했다.

팀블릭크 외환은행 이사는 바클레이즈은행 서울 지점장을 거쳐 국내 금융계
에 대해 꿰뚫고 있다.

윌리슨 주택은행 이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퍼스트인터스테이트은행의
은행장을 역임한 인물.

UCLA에서 경제학을 배웠다.

미국 콜롬비아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카라오글란 이사는 현재
IFC의 여신심사담당 이사로 재직중이다.

이들 비상임이사들은 매달 2백50만원 안팎의 보수를 받는다.

주택은행 윌리슨이사는 특히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 1만주를 받았다.

한편 한빛 조흥 제일 서울 국민 주택 등 6개 시중은행과 경남은행은 27일
정기주총을 갖고 결산제무재표 승인등의 안건을 처리했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