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의 고위 관리들과 주한외국기업인, 외국언론들까지 민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탈퇴로 빚어진 한국 노동불안에 대해 우려하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시아 경제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방한중인 로렌스 서머스 미국 재무부
부장관은 25일 "노동조합의 행태가 저항하는 자세를 고수하고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할 경우 한국의 위기탈출이 늦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
했다.

서머스 부장관은 이날 서울 힐튼호텔에서 주한 미국상의(AMCHAM) 초청으로
열린 조찬 모임에서 "한국은 지금 위기터널의 끝을 통과하기 시작했다"면서
"최근 1-2개월 동안 경제회복에 대해 지나치게 자만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만심이 지나칠 겨우 구조조정을 게을리하게 되고 작년에 보여줬던
국민적인 단합도 느슨해져 결국 노동시장의 경직성같은 같은 과거의 폐단이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머스 부장관은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정부의 큰 구도는 바람직한 방향
으로 그려졌지만 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에는 아직도 과거의 악순환 요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경제전문가들중에는 한국이 최근 외국인으로부터 투자 신뢰도를
회복하고 있어 올해 2-3% 정도 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면서도 "이같은 전망은 올해 한국이 당면한 구조조정을 어느 정도 달성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머스 부장관은 위기극복의 핵심과제로 노동문제를 들고 "기업들이 정리
해고를 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됐다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주한유럽연합(EU) 상의가 주최한 민주노총 이갑용 위원장 초청
강연회에서 장 폴 레오 프랑스 대사는 "EU 국가들은 지금 민노총이 제기하는
고용시간 단축에 의한 실업대책을 이미 경험했다"면서 "민노총의 방안이
효율적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독일 클라리언트사의 호니히만 한국지사장도 "EU의 경험으로는 노동시간
단축이 일자리를 창출해 주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민노총의 투쟁
방안과 배치되는 시각을 보였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도 이날 "(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탈퇴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진출을 가로막는 중대한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
했다.

이 신문은 이어 "민노총이 고용안정등에 대한 주장을 관철하지 못할 경우
전면적인 파업도 불사할 태세"라면서 "노조가 대규모 집회와 시위를 벌이게
될 경우 외국인투자자들이 철수를 심각하게 고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노무라증권 서울지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국은 지금 개혁의 절정에
들어섰으나 노조가 안정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 이동우 기자 lee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