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과 그에 따른 근로자들의 실업고통을 백번 이해한다 하더라도
이번 노동계의 노사정위원회 탈퇴는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누구를
위한 강경투쟁이고, 그럴 경우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 볼때
그렇다는 얘기다.

민주노총이 지난 24일 노사정위원회 탈퇴를 결의한데 이어 한국노총도
26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탈퇴를 결의할 방침이라고 한다. 우려할만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노동계의 요구사항이 무엇인가를 따져 볼 필요도 없이 사회적
합의의 틀을 붕괴시킨 것 하나만으로도 모처럼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하겠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기업활동이 위축되고 실업이 늘어날 것임은 자명하다.

더구나 IMF체제이후 한국이 노사정위원회라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어
노사안정을 도모한데 대해 세계 각국이 관심이 컸던 만큼 이번 사태로
우리의 대외신인도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은 분명하다. 국가신용도가 다시
추락하면 어떻게 될지는 자세한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사정 3자는 이번 사태의 원만하고 신속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노동계는 노사정위원회의 틀을
깨고 뛰쳐나온데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매우 크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노동계가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한다면 기댈 언덕조차 없어지는
것 아닌가. 그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서도 노동계는 조건없이 노사정위에
복귀해야 할 것이다.

사실 민노총이 노사정위를 탈퇴하면서 내세운 요구사항은 우리경제의
현실에 비춰볼때 무리한 면이 없지 않다. 민노총은 <>일방적인 구조조정 및
정리해고 중단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보장 <>사회안전망 확충
<>임금단체협약 인정과 산업별 교섭보장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는 우리경제의 현실에서는 생존차원의 필수
불가결한 조치라고 보아야 한다. 결코 타협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되고 될
수도 없는 사안이다. 지난 1년간의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수많은 논의를
거치면서 국민적 합의로 귀결된 사안이기도 하다.

정부는 이 문제에 관한한 확고한 원칙과 기준을 세우고 철저히 지켜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와 같이 노동계 달래기 차원에서 원칙을 무시
하고 편법과 미봉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경제는 물론 사회불안의
불씨를 키우는데 불과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불법적인 파업
행위 등에 대해서는 법을 엄정하게 집행,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물론 정부와 사용자측도 난국타개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부는 노사정합의중 아직 해결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성실히
이행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용자들도 법에 정한 해고회피
노력을 최대한 기울이는 성의를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