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이 임박했다.

정부조직 경영진단팀은 27일 조직개편안을 제출한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내달초 정부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조직개편안이 어떻게 확정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렇지만 정부조직개편이 졸속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민간 컨설팅회사들이 정부조직을 경영진단하는건 처음인데다 일정마저
촉박해 제대로된 조직개편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많다.

특히 정부 각 부처는 조직개편안의 내용을 입수하고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시키는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국민을 위한 조직개편이 자칫하면 부처간 헤게모니쟁탈전으로 변질될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정부조직개편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국민에게 편리한 선진형 행정제도의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진념 기획예산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정부경영진단을 시작하면서 "21세기
행정수요에 대비하고 선진형 행정제도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정부조직을
개편하겠다"고 단언했다.

1차 조직개편이 미흡했던 만큼 정부개혁을 국민이 체감할수 있도록 과감
하게 조직을 바꾸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경영진단이 시간에 쫓기고 부처의 압력에 밀리면서 정부조직개편은
졸속과 파행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9개의 민간 경영진단팀이 부처별 실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2일.

19개 부처와 4개 위원회 9개 지방자치단체를 진단하고 조직개편안을
만드는데 4개월도 안걸린 셈이다.

뿐만 아니다.

민간기업에 대한 컨설팅이 주업무인 이들은 대부분 정부업무를 거의 이해
하지 못한 상태에서 진단을 시작했다.

건설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경영진단팀들에게 하나씩 가르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불평했다.

국방부 경영진단을 맡은 팀의 경우 비밀취급인가를 받지 못해 몇주일동안
이나 허송한뒤 시간에 쫓겨야 했다.

경영진단팀의 역량부족도 졸속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연구원이 몇 명 밖에 없거나 컨설팅경험이 많지 않은 기관이 정부진단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보니 경영진단을 하는 팀들이 경영진단 대상 부처가 만들어 놓은
안을 참고하는 "이상한 진단"이 이뤄지기도 햇다.

정부부처가 압력을 행사해 보고서를 왜곡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재정금융분야 경영진단을 맡은 세동회계법인은 당초 재정경제부에 유리한
방안을 만들어 기획위에 제출했다.

그러나 기획위는 복수안을 제출해 줄 것을 요구, 세동회계법인은 기획위의
입장을 반영한 2안을 첨부한뒤 다시 제출했다.

이에대해 재경부의 관계자는 "제출된 단일안을 복수안으로 바꾸도록 한
것은 컨설팅을 무의미하게 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그러나 기획위 김태겸 행정개혁단장은 "복수안으로 통일하도록 했을 뿐"
이라며 오히려 "회계법인들이 자신들의 감독기관인 재경부의 압력에
흔들리고 있다"고 맞비난했다.

신대균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은 "민간경영진단이라는 포장을 했을뿐
애당초 부처입김을 피할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같이 잡음이 일고 공직사회가 동요하자 당초의 구상이 후퇴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최근 "정부기능축소와 소프트웨어 개선이 주가 되고
부처간 업무재편은 최소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혼선은 무엇보다도 정부조직개편이라는 중대한 작업을 짧은 기간에
처리하려는데서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경우 지난 96년11월 정부조직개편을 위한 행정개혁회의를 만들었으며
97년12월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법안제출은 내년 4월, 시행은 2001년으로 일정이 잡혔다.

무려 4년간을 준비기간으로 잡고 있다.

이에비해 우리나라는 지난해 9월 갑자기 경영진단대상을 전부처로 확대해
4개월만에 정부조직개편안을 만들었다.

더구나 정부는 국회에서 초고속으로 관련법안을 통과시킨뒤 빠르면 4월,
늦어도 6월까지는 조직개편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심도있는 논의는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지난 94년과 지난해 2월의 경우처럼 이번에도 설익은 정부조직개편으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게 당연하다.

김신복 서울대 행정대학원장은 "정권이 바뀔때마다 정부조직개편이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것은 큰 돈 들이지 않고 개혁의 실적을 올릴수 있는 대상
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조직개편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하려는 것에서부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김성택 기자 idntt@ >

[ 정부 경영진단 일정 ]

<> 98년 : 경영진단팀 구성
<> ''98.11/''99.2월 : 부처 경영진단
<> 2월말 : 경영진단 결과보고
<> 3월초 : 정부시안 마련
<> 3월중순 : 공청회및 의견수렴
<> 3월말 : 정부 조직개편안 확정
<> 4월중 : 정부조직법 개정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