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1년] 재계재편 : 그룹 깃발 내리고 '각개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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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유용했던 경제모델도 수명이 있게 마련이다. 한국의 재벌기업과
인도네시아의 독점기업은 폐지해야 할 대표적인 예다"
미셸 캉드쉬 IMF 총재의 얘기다.
지난 97년 12월1일 외신을 통해 캉드쉬 총재의 이 발언이 전해지자 기업들
은 몹시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시장경제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는 IMF가 특정국 민간 기업의 형태를 문제
삼는건 모순이라며 반발했다.
"명백한 월권"이라며 흥분하는 이도 있었다.
캉드쉬가 추가적인 설명을 달진 않아 재계는 "재벌 경영에 문제가 많다는
원론적인 지적이었을 것"이라며 위안하는 분위기였다.
당시의 "재벌 해체론"은 그렇게 해프닝으로 끝났다.
정권이 바뀌고 국민의 정부가 출범했지만 "재벌 해체"를 주장하는 당국자는
한명도 없었다.
김대중 대통령과 경제각료들은 "3~6개 업종으로 줄이는 것이 좋다"는
권유형 발언만 할 따름이었다.
대신 새 정부는 기업구조조정의 큰 방향을 제시했다.
지난해 1월 김 대통령과 5대 그룹 총수들이 합의한 <>경영투명성 제고
<>상호지급보증 해소 <>핵심역량위주로의 재편 <>재무구조 개선 <>지배주주
의 경영책임 강화 등 5개항이 그것이다.
정부는 이와 동시에 산업구조를 재편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5대그룹을 대상으로 해서는 대규모 사업교환을 의미하는 "빅딜"을 추진했고
그 이하 대기업에 대해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진행했다.
금융기관들은 대기업들에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내도록 요청해 구조조정
추진을 독려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히 대기업체제는 붕괴의 길을 걷고 있다.
해프닝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캉드쉬의 발언을 확인하는 수순을
밟은 셈이다.
현상만 그런게 아니다.
대기업들도 이 추세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대기업그룹이 세운 목표 자체가 "해체"다.
현대 삼성 대우 LG SK 등 5대그룹은 지난해 12월7일 청와대 정.재계간담회를
계기로 사실상 "그룹 해체"를 선언했다.
그 대신 같은 이름을 쓰되 개별적으로 경영하는 "독립기업 연합체"를
지향키로 했다.
비주력사업은 정리하거나 다른 회사에 넘겨 주기로 했다.
5대그룹은 항공 철도차량 석유화학 선박엔진 발전설비 등 중복.과잉으로
분류된 업종 관련 계열사는 그룹에서 사실상 퇴출시켰다.
또 삼성은 자동차를 대우에, 대우는 가전을 삼성에, LG는 반도체를 현대에
넘기기로 했다.
스스로 알아서 하는 5대그룹과 달리 6대 이하 대기업들은 더 심한 해체
과정을 밟고 있다.
극심한 내수침체에 따른 자금난을 못이겨 30대 그룹 가운데도 절반 이상이
이미 "그룹" 간판을 사실상 내렸다.
97년 한보 삼미 기아에 이어 지난해에는 진로 해태 동아 한라 거평 한일
뉴코아 나산 등이 부도나 화의신청 등으로 무릎을 꿇었다.
6~64대 기업 가운데 워크아웃을 신청한 그룹은 모두 15개.
회사수로는 2백48개나 된다.
이 가운데 이미 46개사는 정리됐다.
1백49개사는 매각 청산 합병 등의 방식으로 정리될 예정이다.
워크아웃을 신청한 그룹들은 대부분 1~3개 계열사를 지닌 미니 그룹으로
재편된다.
IMF 초기 반발하던 기업들이 "재벌해체"를 당연한 것으로 보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기업들 스스로 재벌체제가 더 이상 효용이 없어졌다는걸 알게
됐다.
"지난 30여년간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성장과 수출, 고용의 창출 및 산업
구조 고도화에 기여한 공은 지대하지만 무한경쟁 체제에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사업.재무구조와 경영방식을 유지하면서 우리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기가 어렵게 된 상황"(12월7일 정.재계간담회 합의문)임을 체득
했다는 얘기다.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축소지향형 구조조정의 결과 성장잠재력까지 갉아먹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벌은 해체되고 있지만 "포스트 재벌 모델"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식 경영의 장점을 살리면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하는 경영모델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21세기 새로운 성장을 담보할 새로운 산업도 발견하지 못했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기업은 환경업"이라고 전제, "큰 틀만 잡아
주면 기업들은 최적의 방향을 찾아 적응하게 돼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을 촉진하는 제도를 마련해 놓으면 시장경쟁 압력에 따라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진화하게 돼있다"고 강조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 기업 경영환경 변화 ]
<> 패러다임
- 과거 기업경영 환경
.이해관계자 중시형 자본주의
- 최근 기업경영 환경
.주주중시형 자본주의
<> 거시경제여건
- 과거 기업경영 환경
.고성장 지속 : 95년 9.0% 성장
.높은 실업률과 임금상승률 지속
.선진국 경제호조와 신흥공업국 고성장 지속
- 최근 기업경영 환경
.IMF관리경제체제
.높은 실업률
.경기부진지속과 회복불투명
.세계 경제의 회복지연
<> 주요경제이슈
- 과거 기업경영 환경
.경상수지적자 축소 문제
.경기양극화 해소 문제
.규제완화 및 제도의 선진화
.고비용.저효율 경제구조 개선
.OECD 가입준비
- 최근 기업경영 환경
.경제개혁 및 구조조정
.기업활력 회복
.수출증대 및 실업문제 해결
.21세기 대응전략 수립
<> 주요기업정책(이해관계자중심 -> 주주보호중심)
- 과거 기업경영 환경
.공정거래 강화
-계열사간 상호채무보증한도 규제강화
.업종전문화 정책
.편중여신 해소
- 최근 기업경영 환경
.5대 개혁과제 중심의 기업구조조정
-경영투명성 제고
-계열사간 상호지보 해소
-재무구조 개선
-핵심주력기업 선정
-지배주주의 책임 강화
<> 기업에 대한 사회 각계의 요구
- 과거 기업경영 환경
.비자금 사건으로 기업의 윤리적 문제 제기
-정경유착 근절
.소비자 보호
.환경친화적 기업경영
- 최근 기업경영 환경
.기업윤리 및 기업가정신 확립
.과당경쟁 및 중복투자 해소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
.무분별한 사업다각화 지양
.고용안정
.경영의 민주화 추진과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5일자 ).
인도네시아의 독점기업은 폐지해야 할 대표적인 예다"
미셸 캉드쉬 IMF 총재의 얘기다.
지난 97년 12월1일 외신을 통해 캉드쉬 총재의 이 발언이 전해지자 기업들
은 몹시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시장경제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는 IMF가 특정국 민간 기업의 형태를 문제
삼는건 모순이라며 반발했다.
"명백한 월권"이라며 흥분하는 이도 있었다.
캉드쉬가 추가적인 설명을 달진 않아 재계는 "재벌 경영에 문제가 많다는
원론적인 지적이었을 것"이라며 위안하는 분위기였다.
당시의 "재벌 해체론"은 그렇게 해프닝으로 끝났다.
정권이 바뀌고 국민의 정부가 출범했지만 "재벌 해체"를 주장하는 당국자는
한명도 없었다.
김대중 대통령과 경제각료들은 "3~6개 업종으로 줄이는 것이 좋다"는
권유형 발언만 할 따름이었다.
대신 새 정부는 기업구조조정의 큰 방향을 제시했다.
지난해 1월 김 대통령과 5대 그룹 총수들이 합의한 <>경영투명성 제고
<>상호지급보증 해소 <>핵심역량위주로의 재편 <>재무구조 개선 <>지배주주
의 경영책임 강화 등 5개항이 그것이다.
정부는 이와 동시에 산업구조를 재편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5대그룹을 대상으로 해서는 대규모 사업교환을 의미하는 "빅딜"을 추진했고
그 이하 대기업에 대해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진행했다.
금융기관들은 대기업들에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내도록 요청해 구조조정
추진을 독려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히 대기업체제는 붕괴의 길을 걷고 있다.
해프닝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캉드쉬의 발언을 확인하는 수순을
밟은 셈이다.
현상만 그런게 아니다.
대기업들도 이 추세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대기업그룹이 세운 목표 자체가 "해체"다.
현대 삼성 대우 LG SK 등 5대그룹은 지난해 12월7일 청와대 정.재계간담회를
계기로 사실상 "그룹 해체"를 선언했다.
그 대신 같은 이름을 쓰되 개별적으로 경영하는 "독립기업 연합체"를
지향키로 했다.
비주력사업은 정리하거나 다른 회사에 넘겨 주기로 했다.
5대그룹은 항공 철도차량 석유화학 선박엔진 발전설비 등 중복.과잉으로
분류된 업종 관련 계열사는 그룹에서 사실상 퇴출시켰다.
또 삼성은 자동차를 대우에, 대우는 가전을 삼성에, LG는 반도체를 현대에
넘기기로 했다.
스스로 알아서 하는 5대그룹과 달리 6대 이하 대기업들은 더 심한 해체
과정을 밟고 있다.
극심한 내수침체에 따른 자금난을 못이겨 30대 그룹 가운데도 절반 이상이
이미 "그룹" 간판을 사실상 내렸다.
97년 한보 삼미 기아에 이어 지난해에는 진로 해태 동아 한라 거평 한일
뉴코아 나산 등이 부도나 화의신청 등으로 무릎을 꿇었다.
6~64대 기업 가운데 워크아웃을 신청한 그룹은 모두 15개.
회사수로는 2백48개나 된다.
이 가운데 이미 46개사는 정리됐다.
1백49개사는 매각 청산 합병 등의 방식으로 정리될 예정이다.
워크아웃을 신청한 그룹들은 대부분 1~3개 계열사를 지닌 미니 그룹으로
재편된다.
IMF 초기 반발하던 기업들이 "재벌해체"를 당연한 것으로 보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기업들 스스로 재벌체제가 더 이상 효용이 없어졌다는걸 알게
됐다.
"지난 30여년간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성장과 수출, 고용의 창출 및 산업
구조 고도화에 기여한 공은 지대하지만 무한경쟁 체제에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사업.재무구조와 경영방식을 유지하면서 우리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기가 어렵게 된 상황"(12월7일 정.재계간담회 합의문)임을 체득
했다는 얘기다.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축소지향형 구조조정의 결과 성장잠재력까지 갉아먹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벌은 해체되고 있지만 "포스트 재벌 모델"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식 경영의 장점을 살리면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하는 경영모델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21세기 새로운 성장을 담보할 새로운 산업도 발견하지 못했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기업은 환경업"이라고 전제, "큰 틀만 잡아
주면 기업들은 최적의 방향을 찾아 적응하게 돼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을 촉진하는 제도를 마련해 놓으면 시장경쟁 압력에 따라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진화하게 돼있다"고 강조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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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경영환경 변화 ]
<>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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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계자 중시형 자본주의
- 최근 기업경영 환경
.주주중시형 자본주의
<> 거시경제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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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장 지속 : 95년 9.0% 성장
.높은 실업률과 임금상승률 지속
.선진국 경제호조와 신흥공업국 고성장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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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관리경제체제
.높은 실업률
.경기부진지속과 회복불투명
.세계 경제의 회복지연
<> 주요경제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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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민주화 추진과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