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계동 주공아파트 8단지에 사는 김미연(34) 주부는 토요일인 지난
20일 대형 할인점인 농협 하나로클럽 창동점에 갔다가 큰 손해만 보고
돌아왔다.

한푼이라도 절약하기 위해 할인점을 찾은 것이 그 반대의 결과를 낳은
것이다.

김씨는 이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카트(손수레)를 몰고 쇼핑을 시작했다.

집에서 준비해 온 목록표를 보며 물건을 하나하나 카트에 넣고는 마지막으로
남은 화장지를 사기 위해 카트를 돌릴 때였다.

뒤따라오던 카트가 김씨의 옆구리를 들이받았다.

김씨를 앞지르려다 그만 "사고"를 낸 것이었다.

할인점에서 이같은 사고를 여러차례 경험한 적이 있는 김씨는 사고자가
미안하다는 한마디나 눈인사라도 하면 괜찮다고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50대로 보이는 가해 주부는 죄송하다는 말을 하긴 커녕 "앞에서
빨리 움직이지 않고 왜 꾸물거리느냐"며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김씨는 어이가 없었지만 크게 다툴 일도 못된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돌아섰다.

그때 옆에 가던 다른 주부가 옷이 찢어진 것 같다며 김씨의 확인을 권했다.

김씨는 찢어진 곳을 본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지난 설날 남편이 설빔으로 사준 코트용 롱파커가 가로 세로 1cm 크기로
찢어져 있었던 것이다.

김씨는 저만치 가는 사고 운전자를 붙잡고 "아주머니가 카트를 조심스럽게
몰지 않아 내 옷이 찢어졌다"며 물어줄 것을 요구했다.

요즘 대형 할인점에 가면 카트를 조심스럽게 몰지 않아 시비가 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남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이 기분 내키는대로 모는 카트, 순서를 기다리지
않고 무조건 앞서가려는 카트, 신발을 신은 아이를 태우고 가다가 앞사람
옷을 더럽히는 카트, 부딪치고도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카트, 통행로
한복판에 세워놔 진로를 가로막는 몰염치 카트 등.

카트도 일종의 차임에는 분명하다.

즐거워야할 쇼핑이 무질서한 카트로 인해 훼방을 받는다면 그것처럼 황당한
일도 없다.

주위를 살펴가며 운전하는 쇼핑카트 문화가 정착돼야할 때다.

< 고기완 기자 dada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