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23일 상원 금융위원회
증언을 통해 미국 및 세계경제의 현황과 전망, 금리정책, 주식시장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개진했다.

이중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올해 성장율이 당초 전망치보다 높은 2.5-3%에
이를 것으로 수정전망했다.

주식시장에 대해선 과열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면서도 초미의 관심사인 금리정책에 대해서는 당분간 경제상황을
관망하겠다는 중립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금리정책=예상대로 그린스펀의장의 금리관련 발언내용은 "중립적"이었다.

"미국 경제에는 금리인상 요인과 인하 요인이 뒤섞여 있으며 FRB는 상황
변화에 신속히 대응해 나가겠다"는 게 결론이었다.

다만 세계경제 침체 등의 인하요인보다는 미국내 인플레 압력 등
인상요인을 설파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작년 9월 이후 3차례에 걸쳐 연방기금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한 데
대해 "경기를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았는 지 우려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FRB가 금리인하 요인보다는 인상요인을 더 주목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에대해 다니엘 타룰로 전 백악관 경제자문은 "그린스펀의 발언은 장래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알리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그는 그러나 "유럽중앙은행이 곧 금리를 내릴 전망이고 일본도 통화공급을
늘리고 있어 미국만 홀로 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경제=그린스펀의장은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율이 2.5-3%,
물가상승율은 2-2.4%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7월의 하반기 의회증언 때보다 성장율을 0.5%포인트 높여잡은 것이다.

그린스펀은 그러나 "미국 경제가 지난 8년간 계속된 경제팽창으로 많은
부문에서 긴장 요소가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 상당한 부침이 있을 수
있다고 토를 달았다.

특히 최근의 소비지출 증가세와 노동시장의 인력난 현상은 물가 안정의
실질적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식시장=그린스펀은 현재의 미국주가가 의문이 제기될 정도로
과대평가돼 있다고 거듭 우려를 나타냈다.

과대평가된 주가가 일시에 급락할 경우 소비지출을 위축시키고 신용경색을
초래해 미국경제의 건전성을 크게 위협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현재의 미국증시에 버블현상이 있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는 "버블
여부는 사후적으로나 판단할 수 있는 것"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이 발언에 자극받아 뉴욕 증시의 다운존스 공업평균지수는 한때
79포인트나 급락했으나 나중에 현행 금리 유지방침을 시사한 발언으로
다시 반등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세계경제=그린스펀 의장은 세계경제 전망과 관련,한국과 태국이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반면 러시아는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또 브라질은 인플레 및 재정적자 해소가 경제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아직까지는 브라질 경제의 혼란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밖에 원유가격은 신흥시장의 전반적인 상황 호전에 따라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