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1년동안 금융계에도 거센 인사태풍이 몰아닥쳤다.

1년내내 금융산업구조조정이 진행된데다 새 정부가 개혁적인 인물들을
금융계의 최고경영자로 선호한 때문이다.

은행장은 물론 증권사 보험사 등 제2금융권 최고경영자들도 상당수 물갈이
됐다.

새 정부들어 진행된 금융계 인사의 특징은 크게 두가지다.

첫번째는 "젊고 개혁적이고 국제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대거 최고경영자에
입성했다는 점이다.

위기의 금융산업을 이끌어가는 데는 세가지 항목을 두루 갖춘 사람이 적격
이라는 새정부의 "구상"이 직 간접적으로 반영됐다고 할수 있다.

이런 분위기탓에 외국 금융기관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과 창의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 각광받았다.

김정태 주택은행장처럼 제2금융권 출신들이 은행장에 영입되기도 했다.

이전까지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증권사에선 고창곤 대유리젠트증권사장 도기권 쌍용증권사장 강찬수
서울증권사장 내정자처럼 외국금융기관에 근무한 경험의 젊은 대표이사가
탄생, 새바람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두번째는 호남출신 인사들의 도약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물론 호남출신 인사들이 무리하게 최고경영자 자리를 차지했다고는 할수
없다.

그렇지만 호남인맥이 거의 없었던 이전과 비교하면 호남출신들의 진군은
확실히 돋보인다.

새 정부들어 최고경영자가 된 김정태 주택은행장 신동혁 한미은행장
양만기 수출입은행장 오호수 LG증권 사장 등이 대표적 호남인맥이다.

은행 임원수에서도 호남출신 비중이 약간 높아졌다.

지난 1월말 현재 15개 주요은행 임원 1백12명중 17%가 호남출신이다.

작년 이맘때는 전체 임원의 11%만 호남출신이었다.

이에비해 영남출신 임원은 작년 35.8%에서 지난 1월엔 28.6%로 낮아져
지역별 균형을 찾고 있다.

은행장 인사중에서 관심의 대상이 된 사람은 단연 김정태 주택은행장이다.

김 행장은 동원증권 사장에서 대형시중은행인 주택은행 행장으로 변신했다.

제2금융기관 사장이 은행장이 된 경우가 드문탓에 그 자체가 파격이었다.

김 행장은 주택은행장으로 취임한 이후 파격의 정도를 더 넓혀 놓았다.

스톡옵션제 도입, 연봉제 실시, 외부전문가 채용, 무보증 신용대출한도
확대, 인사청탁 사실공개, 복수 부행장제 도입 등.

그가 하는 일마다 파격이었고 기존의 은행계에는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주택은행 주식을 사는게 아니라 김정태 주식을
산다"는 말을 들을 정도다.

물론 김 행장의 "실험"을 성공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새 정부가 추구하는 젊고 개혁적인 은행장상의 전형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은 성공한 인사라고 할수 있다.

김 행장을 제외하면 새바람을 몰고 온 은행장은 의외로 별로 없다.

김 행장과 함께 김진만 한빛은행장과 김승유 하나은행장이 신 은행장
트로이카로 꼽히고 있긴 하다.

그러나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이미 지난 97년 은행장에 오른 인물이다.

철저한 상업주의와 국제감각으로 무장, 새로운 은행장상을 보여주고 있지만
새정부들어 부상한 인물은 아니다.

김진만 행장에 대해선 아직 평이 유보적이다.

그의 잠재적 개혁성향과 추진력 등은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은행장이 된 뒤 두드러진 업적이 아직은 없는 편이다.

이밖에 새정부들어 새로 시중은행장이 된 사람으론 이인호 신한은행장
내정자 신동혁 한미은행장 김경우 평화은행장 등이 있다.

은행장중 새 인물은 별로 없지만 물러난 은행장은 수두룩하다.

조흥은행의 장철훈 위성복 행장, 상업은행의 정지태 배찬병 행장, 한일은행
의 이관우 행장 등이 옷을 벗었다.

홍세표 외환은행장과 라응찬 신한은행장도 이번 주총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대주주가 분명한 보험사의 최고경영자는 상대적으로 변화가 적은 편이었다.

그러나 호남출신인 배정충 삼성화재 대표가 삼성생명 대표로 선임된 것이나
보험계리인 출신의 김재우 교보생명 상무가 전격적으로 사장에 오른 것은
업계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또 박해춘 삼성생명 상무가 대한과 한국보증보험이 합병해 출범한
서울보증보험 사장에 임명된 것도 파격적인 인사로 꼽히고 있다.

의외로 인사바람이 거셌던 곳이 증권업계다.

20여개 증권사의 대표이사 얼굴이 바뀔 정도였다.

이중 가장 관심을 끌었던 사람은 역시 강찬수(미국명 토마스 강) 서울증권
사장 내정자.

올해 39세인 강씨는 오는 5월 정기주총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서울증권은 특히 국제금융계 큰 손인 조지 소로스가 출자하기로 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작년 3월 대유증권(현 대유리젠트증권)의 대표이사가 된 고창곤씨도
새바람을 몰고온 주인공이었다.

당시 고씨는 37세로 증권가의 세대교체를 이끌었다는 평을 받았다.

또 작년 12월 쌍용증권 사장에 취임한 도기권씨(43)도 씨티은행 태국대표
에서 자리를 옮겨 관심의 대상이 됐다.

기존 인물중에서 관심을 끈 사람은 오호수 LG증권 사장.

오 사장은 호남출신에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관심의 촛점이 되고 있다.

이밖에 금융관련 기관장으론 배창모 증권업협회장 김영대 금융결제원장
김원태 금융연수원장 정해왕 금융연구원장 김동관 증권예탁원사장 박종석
투신협회장 문헌상 종금협회장 박성욱 보험개발원장이 새로 취임했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