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정부 1년"을 평가할때 경제는 그 어느 분야보다도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한때 나락의 위기에 처했던 나라경제가 기사회생의 길로 접어든 점만으로도
충분히 그렇다.

지난 97년말 국가부도를 걱정할 만큼 바닥을 드러냈던 정부의 가용 외환
보유액은 현재 5백억달러를 넘어 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외환시장도 안정을 되찾아 한국을 떠났던 외국투자자들이 되돌아 오고
있기도 하다.

지난 30여년간 곪을대로 곪은 금융기관과 기업의 부실 시스템에 대해선
구조조정이란 "고통의 대수술"이 행해졌다.

침체일로를 걷던 경기도 올들어선 일부에서나마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아직 마음놓을 단계는 아니다.

경제가 위기의 수렁에서 빠져 나왔다지만 함정은 도처에 널려 있다.

불확실한 세계경제 환경이나 2백만명에 달하는 실업자, 쇠약해진 경제기력
등 앞으로 넘어야할 산이 한두개가 아니다.

지난 1년동안 경제회생을 위한 큰 틀을 마련한건 분명하다.

그 틀안의 내용물을 어떻게 채워 나갈지가 앞으로의 과제다.

<> 외환위기 탈출 =환란의 한복판에서 헤매던 한국경제를 일단 안정궤도로
건져올린 것은 DJ정부의 최대 치적이라 할만하다.

최근엔 피치IBCA,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등 세계 3개
신용평가기관들이 모두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적격"으로 상향 조정
했다.

한국경제가 일단 위기에서 벗어났음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셈이다.

물론 외환위기 극복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등 국제기구의
자금지원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도 무시할 수 없다.

우선 작년 3월 7개국 13개 외국채권은행들과 협상을 벌여 2백17억4천만달러
에 달하는 국내 금융기관 단기외채의 만기를 중장기로 연장한 것이 첫
성과다.

또 4월엔 40억달러어치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하는데 성공
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한국은 외환부족상황에서 어느정도 숨통을 틀 수 있게 됐고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로 외환보유액을 확충해 나갈 수 있었다.

작년말부터는 만기가 돌아오는 IMF 차입금을 갚아 나갈 정도로 여력이 생겨
"IMF 조기졸업"에 대한 희망을 낳고 있기도 하다.

<> 구조조정의 기틀 마련 =지난 1년간 획기적인 변화중 또 하나는 "금융기관
과 기업의 구조조정"이었다.

환란의 원인중 하나인 부실 금융기관을 과과감히 정리하고 5대그룹의 사업
구조 재편을 추진한 것이다.

특히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은행도 망할 수 있다"는 실례를 보여줘
금융기관의 경쟁력 강화 기반을 마련한 점은 평가받을 만하다.

실제로 지난 한햇동안 5개은행이 퇴출됐고 3개은행이 합병으로 없어졌다.

종금 증권 보험 투신 등 제2금융권에서도 모두 70개사가 인가취소되거나
합병 정리됐다.

물론 이를 위해 40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이는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세금부담으로 남게 됐다.

기업구조조정도 쉼없이 진행됐다.

작년 6월 55개 기업을 퇴출시킨 것을 비롯해 대기업들의 빅딜(사업맞교환),
부채축소, 경영체제 개편 등이 강력히 추진됐다.

이에 따라 지난 30여년간 한국경제의 성장과 영욕을 같이했던 재벌들은
금년말까지 부채비율을 국제적인 수준인 2백%로 낮추고 내년 3월까지는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을 완전히 없애 독립 계열기업들로 다시 태어날 전망
이다.

이런 대대적 구조개편 와중에 정부가 빅딜에 지나치게 개입함으로써 스스로
시장원리를 어겼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 경제회생 기미 =지난 1년간 외환위기 탈출과 구조조정을 위해 달려온
결과 최근엔 경제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외환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았다.

작년초 연 30% 수준까지 올라갔던 시장실세금리(3년만기 회사채수익률
기준)는 연 7~8% 수준으로 내렸다.

주가도 작년 6월 300선 아래로 폭락하기도 했으나 올들어선 500선 이상에서
움직이고 있다.

환율도 달러당 1천2백원대에서 안정돼 있다.

실물경제가 기지개를 켜는 모습도 지표상으론 완연하다.

작년 12월중 산업생산은 전년 같은달에 비해 4.7% 증가해 11월이후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제조업 평균공장가동률도 70% 수준을 회복했다.

어음부도율도 감소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경기지표 호전은 반도체 자동차 등 극히 일부 업종의 호조에
따른 것이긴 하다.

따라서 산업 전체엔 회복의 기운이 퍼지지 않고 있다는게 현장의 목소리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경기가 일부 업종에서나마 회복세를 타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
만으로도 경제회생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기에 충분하다.

이윤호 LG경제연구원장은 "김대중 정부 1년동안 경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
하려면 경기를 보다 활성화시키는 것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또 "이제 급박한 위기 상황은 벗어난 만큼 모든 경제운용을
지금까지처럼 정부가 주도하기보다는 시장원리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래야 궁극적인 위기 탈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