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엔화가 급락세를 보임에 따라 세계경제의 관심은 엔화가 어느
선까지 하락할 것인가에 쏠려 있다. 지난 주말 뉴욕 외환시장에서 단 하루만
에 1%이상 떨어지는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며 달러당 121엔대를 기록하자
이대로 가면 달러당 125엔 안팎으로 하락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8년째 장기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경제가 이정도의
엔화가치 하락만으로 뚜렷한 회복세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만큼 조만간
달러당 130엔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문제는 엔저현상이 양날의 칼이라는 점이다. "의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내수경기 부양을 꾀하면서도 원래 의도와는 달리 일본제품의 수출경쟁력만
강화시켜 지난해 무역수지적자가 사상 최대인 1천6백80억달러를 기록한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악화시킬 수 있고 자칫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를
촉발하는 등 아시아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카이야 다이치 경제기획청장관은 지난 19일 엔화환율이 달러당
120엔대가 적절하다고 생각하지만 예상수준을 넘는 것을 원치는 않는다고
말했다.

사태의 심각성은 엔화하락에 따라 우리경제가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피해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월 중순이후 불과 한달만에
엔화가치가 10%가량 하락함에 따라 앞으로 2년동안에만 13억달러의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분석은 더욱 비관적이어서
만일 엔화가 달러당 1백25~1백35엔선을 유지한다면 올해에만 경제성장률은
1%포인트 가량 낮아지고 경상수지흑자는 1백72억달러로 15억달러 줄어들며
소비자물가는 0.7%포인트 올라간 4.6%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금융시장이 받은 충격은 좀더 직접적이다. 주가는 불과 며칠사이에
30포인트 이상 빠져 종합주가지수 500선마저 위협받고 있으며 원화환율도
달러당 1천2백원대로 치솟았다. 이에 대한 정부대책은 외자차입을 억제하는
동시에 외채상환을 앞당기는 외환수급 조정을 통해 원화가치를 동반하락
시키는 한편 금리하락을 유도해 내수경기를 부양하므로써 수출위축을 보완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국제금융시장이 여전히 불안한데다 아직 외환위기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우리형편상 당분간은 수출촉진을 위한 실물경제 강화에
주력해야 하며 특히 종합상사를 포함해 무역금융 지원대상을 과감하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달러강세를 이용한 틈새시장 공략에도 힘써야
하겠다.

최근의 엔저현상이 또다른 시련인 것은 분명하지만 지난 1년동안 극심한
고통속에서도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대외신인도를 회복하는데 성공한
우리경제의 저력을 볼때 완만한 엔화약세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믿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