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세 <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yslee@kiet.re.kr >

빅딜이 가져다 주는 또다른 이익은 한 산업안에 기업수가 줄어들어
과당경쟁이 완화된다는 것이다.

과당경쟁에 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과점상태에서 기업의 자유로운 진입이
허용되면 산업내에 뛰어든 기업수는 적정기업수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

미국 하버드대의 맨키우 교수는 "자유진입과 사회적 비효율성(Free Entry
and Social Inefficiency)"란 논문에서 신규기업이 과점상태의 시장에
진입하면 소위 "남의 살 깎아먹기 효과"(business-stealing effect)에 따라
기업당 생산량이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초과이윤이 소멸될 때까지 기업의
진입이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과당경쟁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규기업의 진입이 사회후생에 두가지 상반된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기업의 진입으로 이윤이 발생하는 반면 기존기업의 생산은 감소해
전체적인 사회후생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과점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수요곡선이 점차 하향곡선을 그릴때
신규기업이 얻는 이윤에 의한 사회후생의 증가보다 기존기업의 생산량
감축과 투자비용에 따른 사회후생의 감소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사회후생은 전체적으로 감소하게 된다.

그러나 자기의 이윤극대만을 목표로 하는 개별기업의 입장에선 시장진입에
따른 부정적인 효과(남의 살 깎아먹기 효과)는 고려하지 않고 진입에만
몰두하게 된다.

따라서 자유진입에 의해 결정된 기업수는 사회전체적인 관점에서 본
적정기업수보다 많게 된다.

마치 공해를 유발하는 기업이 생산의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생산활동을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이론을 빅딜에 역으로 적용하면 과당경쟁의 상태에서 빅딜로 기업수가
줄어 들면 사회적 후생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기업의 수가 증가할수록 과점시장에서 가격은 하락하면서 총생산량은
증가하나 기업당 생산량과 이윤은 지속적으로 줄어든다.

반면 사회후생은 기업수가 3개가 될 때까지는 늘어나다 그 뒤로는
감소하게 된다.

그러나 개별기업의 입장에서는 기업당 이윤이 0이 될 때까지 진입하게
되므로 7개의 기업이 존재할 때 균형을 이루어 결국 사회후생은 기업 수가
3개일 때보다 오히려 떨어지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위의 간단한 모형은 기업의 자유진입을 방치하게 되면
진입기업의 수는 사회적으로 적정한 수준인 3개를 훨씬 초과하는 7개로
늘어남으로써 과당경쟁의 폐해로 인해 사회후생이 손실될 우려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빅딜의 논리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적정한 기업군은 시장자유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자생적으로 생성되는 것이 아니다.

사안에 따라 사회적 합의에 의해 인위적으로 조정할 필요성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빅딜의 경제적 논리가 복잡한 현실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모형이
가정하고 있는 세계가 현실과 얼마나 부합되는가를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빅딜의 대상이 되는 업종들은 대부분 중화학으로서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고
과점적 경쟁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두 모형에서 설정된 가정들이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충족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반면 수출산업의 경우 남의 살 깎아먹기가 적용되지 않아 규모의
경제모형은 적용되나 과당경쟁모형은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

빅딜은 대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하나의 방법이긴 하다.

그렇다고 대기업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진 않는다.

부문별로 과잉투자문제와 누적채무문제는 빅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돼야 할 과제다.

이 과제를 풀기 위해선 재무구조개선과 워크아웃등과 같은 구조조정의
다른 수단이 동원돼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