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정부 1년 어떻게 평가하나 ]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지 오는 25일로 꼭 1년이 된다.

한국경제신문은 "외국인과 함께 하는 한경포럼" 시리즈 스무번째로 주한
미국및 유럽상공회의소 회장을 만나 국민의 정부 개혁 1년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경제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이들은 한결같이 현 정부의 경제개혁은 기대치 이상이었다며 매우 높이
평가했다.

특히 금융부문 개혁에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경제위기가 이미 끝났다는 성급한 안도감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며 개혁은 지금부터라는 각오로 새출발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 참석자 >

<>베르너 디 그레슬레 < 주한EU상공회의소 회장 >
<>제프리 존스 <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
<>전성철 < 미국 변호사.경제평론가 / 사회 >

=======================================================================

<> 전성철 변호사(사회)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지 오는 25일로 1년이
된다.

외환위기와 함께 출범한 현 정부의 지난 1년간 개혁에 대한 평가는.

<> 베르너 디 그레슬레 주한 EU상공회의소 회장 =매우 성공적으로
평가한다.

금융분야의 개혁은 특히 칭찬할 만하다.

올 하반기께 경제성장률도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과 함께 외국인들의 한국내 장기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제프리 존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다.

한국의 국제적 지위는 외환위기 이전보다 오히려 훨씬 강화됐다.

파산한 나라를 구하기위해 개혁의 선봉에 나선 김 대통령에게 "영웅"이라는
호칭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아.태경제협력체(APEC) 아시아국가연합(ASEAN) 등 각종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목소리가 훨씬 커진 것을 느낄 수 있다.

국제사회 또한 한국이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 사회 =지금까지 추진한 개혁중 가장 성공적인 것 하나를 꼽는다면.

<> 존스 회장 =단연 금융부문 개혁이다.

특히 경제시스템이 비슷한 일본이 과거 10년동안 지지부진했던 것과
비교했을때 지난 1년간 한국 정부가 이룬 금융개혁은 단연 돋보인다.

개혁관련 청사진을 갖고 있다는 점이 이전 정부와 다르다.

과거 정권의 개혁은 즉흥적이거나 충격요법적인 면이 없지 않았다.

<> 사회 =미흡하다거나 좀더 보강했으면 하는 부분은 없나.

<> 그레슬레 회장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성과에 안주하려는 정신상태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일부 국민들사이에 이미 경제위기가 완전히 끝났다는 성급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듯 하다.

방향만 제대로 잡은 것일 뿐이다.

본격적인 위기타결 노력은 지금부터 해야한다.

<> 존스 회장 =개혁도 결국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바뀌어야 진정한 의미의 개혁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수익성보다는 외형성장에 집착했던 경영자들의 사고
및 경영 방식이 진정 바뀌었느냐에 대해선 아직 의문이다.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수익을 내는 것이다.

과거 외형성장시대의 사고방식에서 탈피해 자기개혁을 해야한다.

노조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노조는 회사가 이익을 내면 노동자들의 몫을 챙기기에 바빴다.

그러나 이익은 그냥 나눠 먹는 것보다 연구개발(R&D) 등에 재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회사발전에 도움이 된다.

"파이"를 늘리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외국기업에 대한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 외국기업들이 얼마를 벌었다고 발표하면 대다수 국민들은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이 있었다.

이들 기업이 돈을 지나치게 긁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때문이었을 것이다.

<> 사회 =일부 전문가들은 금융개혁과는 달리 기업구조조정은 아직까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 그레슬레 회장 =기업구조조정이 금융개혁보다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가 너무 깊숙이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정부의 역할은 "게임의 룰"을 정하는 것이고 이에 따라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시장주도의 환경만 조성된다면 기업들 스스로 핵심사업이 무엇인지를
판단, 버릴 것은 버리게 된다.

<> 사회 =빅딜에 대한 평가는.

<> 존스 회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본다.

<> 사회 =유럽 기업들의 한국내 투자가 활발하다고 들었는데 한국은
투자할만 한 나라인가.

<> 그레슬레 회장 =지난 1월중 한국내 외국인 직접투자중 절반정도가
유럽기업들에 의해 이뤄질 정도로 투자가 늘고 있다.

지난해 전체로 봤을때도 유럽 기업이 3분의 1을 차지한다.

돈과 함께 선진 기술및 노하우도 함께 전수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투자가 늘고 있는 것은 한국에 대한 신인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반증이다.

<> 존스 회장 =투자할 가치가 있다.

대개 아.태 지역 국가들을 세갈래로 분류한다.

한국 등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나라와 일본 홍콩 등 직격탄은 면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나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위기에서 그마나 안전한 중국 대만
등이다.

단언하건대 한국은 이들 국가중 투자리스크가 가장 낮으면서 예측 가능한
나라가 됐다.

<> 사회 =외국 기업에 대한 정부 관료의 태도는 매우 권위적이었는데
지금은 어떤가.

<> 그레슬레 회장 =최근 세제관련 세미나를 가졌는데 여기에 참석했던
정부 관료들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꼈다.

<> 존스 회장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 정부에도 외자 유치 바람이 불면서
외국기업에 대한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최근 한 세미나에서 5백여명의 지방관료들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외자를
유치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했다.

<> 사회 =그러나 정부개혁이 지지부진하다는 비난이 높다.

조언을 해준다면.

<> 그레슬레 회장 =민간 기업의 경영방식을 접목시켜야 한다.

연공서열을 없애고 능력급을 도입해야 한다.

투명성과 수익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 존스 회장 =원론적인 얘기지만 몸집을 줄이고 규제를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 사회 =한국에 있어 외환위기는 축복이었다는 지적이 있는데.

<> 존스 회장 =당장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분명 그렇다.

한국은 폭음과 방탕한 생활때문에 어느날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새로운 현실에 눈을 뜨고 개과천선한 사람에 비유할 수 있다.

<> 사회 =취임 1주년을 맞은 현 정부와 국민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그레슬레 회장 =지금까지 잘 해왔는데 앞으로도 인내심을 발휘해주길
바란다.

정부나 국민에 있어 올 한해는 더욱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량실업의 고통이 있지만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 빠른 시일내 경제를
회복시켜야 한다.

<> 존스 회장 =먼저 한국민들은 김 대통령을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좋을
듯 싶다.

한국의 위상도 많이 향상됐다.

덕분에 한국기업들에도 보다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 정리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