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업계는 대학생이 왜 돈주고 책을 사지 않는 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그 이유는 대학교재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은 "복사하는게 쌀까, 그냥 사는게 쌀까"하고 따져 본다.

그래서 사는 것이 싸면 그냥 사고 복사비가 더 싸면 복사한다.

한국의 대학생들은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하고 있다.

불법복사.복제는 "창작물과 창의력을 짓밟고 땀흘려 일한 사람의 재산을
빼앗는 범죄행위"라는 말은 허울에 불과하다.

대학교재가 비쌀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한국 출판계의 왜곡된 유통구조
때문이다.

힘들여 일한 창작물의 댓가는 책값의 10%에 불과하다.

비싼 책값의 대부분 이익은 중간 유통도매상들 손에 들어가고 있다.

겨우 10%의 인세를 주고 책값을 비싸게 매겨 경쟁력 운운할 수 있을까.

한국 출판계는 스스로 구조조정을 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자신들의 부도와
적자 원인을 오직 대학생들에게서 찾으려 하고 있다.

적반하장이다.

책값이 복사하는 것보다 비쌀 이유가 없다.

출판사에서는 대량으로 인쇄하므로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5백페이지짜리 대학교재는 1만원이하의 가격으로 정가가 매겨져야 한다.

우리 출판업계가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유통구조를 개선해서 원가절감을
할 수 있다면 불법복사는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 한병철 Handosa(하이텔)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