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설연휴를 맞아 해외관광을 떠나는 사람들로 김포공항 출국장이
북새통을 이뤘다는 뉴스를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았다.

"경기가 좋아지긴 좋아진 모양"이라고 가볍게 보아 넘길수도 있었지만
"그렇더라도 아직은 이럴 때가 아닌데..."하는 걱정도 들었다.

사람마다 보기 나름이겠지만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올 1월 한달동안 관광목적의 내국인 출국자가 8만6천명으로 작년의 4배에
달했다니 조금은 지나친 감이 없지않다.

요즈음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앞으로 경제가 어떻게 될 것같아요" "정말 경기는 풀리는 겁니까" 경제
기자를 오래했다 해서, 또는 신문사에 정보가 많을 테니까 등등의 이유를
들어 물어온다.

그때마다 답변은 궁색하기 이를데 없다.

"점차 좋아지지 않겠습니까. 작년이 워낙 어려웠으니까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나 경제지표를 보면 당연히 나아지겠지요. 그러나 본격적인 회복은 아직
멀었습니다. 한가지 자신있게 얘기할수 있는 점은 과거와 같은 호황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 뿐입니다"

스스로 생각해보아도 하나마나한 대답이다.

물론 묻는 것 자체가 정답을 기대해서라기 보다 너무 답답해 하소연하는
성격이 짙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사실 우리 경제는 1년전에 비해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국가부도위기까지 몰렸던 외환부족사태는 성공적으로 극복돼 금리 환율 등
가격변수의 안정을 가져왔고 신용경색도 어느정도 풀린 상태다.

외국인 투자환경의 개선과 금융및 기업구조조정의 진전으로 국제신용평가
기관들의 국가신인도 평가는 투자부적격에서 투자적격으로 상향조정됐다.

산업생산과 경기전망도 예상보다 호전될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금융과 기업의 구조조정이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고
자율보다 타율에 의해 이뤄진 감이 없지않다.

그만큼 불안한 상태로 진행중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 예상보다 크게 늘고 있는 실업자는 경제운영에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노동부는 올 1.4분기중 실업자는 1백85만명으로 실업률도 8.7%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2월에는 대학을 졸업하는 신규 경제활동인구의 급증 등으로 실업률이
9%를 넘고, 실업자수도 2백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했다.

민간연구기관들은 실업자 2백만명이 우리사회가 인내할 수 있는 한계라고
지적한다.

이를 넘으면 사회불안이 야기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더구나 우리사회는 아직까지 한번도 그같이 높은 실업을 경험해보지 못한
탓에 다른 나라에 비해 실업에 대한 인내수준이 낮고 사회안전망도 취약하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우리경제는 지금 무거운 짐을 지고 넘어졌던 사람이 겨우 일어나 뒤뚱거리
면서 걷고 있는 상태에 비유할 수 있다.

물론 국가부도위기라는 빈사지경에서 1년만에 일어선 것은 그 사실 자체만
으로도 대견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이끌어온 국민의 정부의 1년은 경제정책에
관한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려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는 지금부터가 오히려 중요하다.

결코 낙관하거나 방심할때는 아니다.

체력을 기르지 못하면 다시 넘어지는 사태도 나올 수 있다.

국가경제의 체력은 기업활동이다.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신속히 매듭짓고 활력을 되찾아야 한다.

지난 1년은 여러가지 면에서 관치의 논란이 많았다.

다만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될 수 없는 비상상태였던 점을 감안해 볼때
사안에 따라서는 불가피한 면도 없지않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가 직접 나서기 보다 새로운 질서를 기업과 소비자들이
스스로 만들어 가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질서는 자생적으로 형성될때 생명력이 있는 법이다.

정부는 법과 제도로 경제주체들이 지켜야 할 규칙을 정하는데 그쳐야 한다.

물론 자율에는 결과에 대한 철저한 책임이 뒤따르도록 해야 한다.

이는 DJ노믹스의 기본이념이기도 하다.

자율과 책임이 보장될때 경제예측도 가능하고 자생적인 구조조정도 촉진되
리라 믿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