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사무소에서 세뱃돈 추세 같은 것도 조사하나. 경기가 나쁘다고 무조건
줄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작년보다 많이 주자니 부담되고. 요즘 부모들 다
비슷한 고민을 할 것 같은데"

사무실을 이웃해 쓰고 있는 컨설팅사 김사장이 노크도 없이 들어오더니
한경일 소장에 아이디어를 던졌다.

둘은 동갑이라 말을 놓고 지내는 사이였다.

"그래, 사실 나도 얼마를 줄까 고민하던차였네. 설도 다가오고 했으니
차제에 세뱃돈의 경제학을 추적해볼까"

한소장은 즉시 최정예 공영칠 두 탐정에게 탐문지시를 내렸다.

한소장 자신은 "세뱃돈 시장규모"파악에 들어갔다.

파일을 뒤져 지난해 한 학원이 서울지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세뱃돈을
조사한 자료를 찾아냈다.

3~5만원을 받았다는 학생이 전체의 51%였다.

전국의 초등학생수는 3백83만4천5백여명.

평균잡아 4만원씩 받았다고 보면 이들 고사리손에 쥐어진 돈은 무려
1천5백억원이 넘었다.

이들보다 많이 받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생까지 따질 경우 전체 금액은
천문학적 숫자로 뛰어오를게 분명했다.

참고로 중학생은 2백만, 고교생은 2백32만, 전문대 이상 대학생은 2백30만명
등 모두 6백60여만명.

이들이 부모뿐 아니라 친척에게서도 세뱃돈을 받을테니 총시장규모는
1조원에 육박하리라는 추산도 가능했다.

최탐정은 최근 고객들을 대상으로 세뱃돈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LG백화점
구리점을 찾았다.

"세뱃돈용 새돈 나눠주기"행사를 하고 있던 김영민대리는 "올 설날에는
어린이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어느 액면가를 많이 바꿔 가느냐 하는 것은 곧바로 세뱃돈의 크기를
말하는데 올해는 1천원권 교환요구가 적어진 대신 만원권 새돈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크게 늘었다는 것.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올해 세뱃돈 예산으로 얼마를
책정했는가에 대한 질문에 98년의 경우는 3만원이하가 38%, 3~5만원이 25%,
7~10만원이 7%였고 나머지 18%는 아예 계획을 세우지않았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올해에는 3~5만원이 32%, 3만원이하가 28%, 7~10만원이 11%였습니다.
계획이 없다는 사람은 8%에 불과합니다."

우리와 관습이 비슷한 일본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공탐정은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책임연구원을 만났다.

"산와은행의 97년 조사에 따르면 한세대가 지출하는 세뱃돈은 3만8천9백24
엔이었습니다. 초등학생은 어른 1명으로부터 평균 4천7백엔, 중학생은
8천7백엔, 고등학생은 1만3천5백엔을 받았습니다. 또 다이이치칸교은행의
조사가 있는데 초등학교 4~6학년은 어른 7.1명으로부터 평균 2만7천5백엔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탐정은 한국과 동일한 통계는 아니지만 대략적인 수준을 파악하는데는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김연구원은 "일본에서는 경기불황으로 인해 세뱃돈 거품을 빼야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임금을 깎기 어려운 것처럼 세뱃돈 내리기도
쉽지 않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세뱃돈에도 이른바 하방경직성이 있다는 얘기였다.

"아무리 IMF 체제라해도 세뱃돈을 작년보다 적게 주기는 어려울 것 같은
데요"

공탐정은 사무실로 돌아와 한소장에게 탐문결과를 보고했다.

최탐정도 마찬가지 견해였다.

다만 도서상품권을 주거나 "학용품을 사라" "저축을 해라"등 봉투에 용도를
쓰고 적절한 액수를 주면 좋을 것이라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두사람의 얘기를 들은 한소장이 빙그레 웃으며 덧붙인다.

"어른이 세뱃돈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은 세뱃돈이 과하다는 의미지. 따라서
세뱃돈에도 구조조정이 필요해. 그러나 무조건 줄이면 아이들이 실망을 하게
되겠지. 그렇다면 돈의 크기로 아이들의 환심을 사기보다는 오히려 돈을 통한
근검절약의 지혜를 심어주고 돈의 쓰임새를 올바로 가르쳐주는 일이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결국 세뱃돈은 액수 자체보다는 돈을 주고 받는데 따르는 가정교육이 더
중요하다는데 의견이 일치된 셈이었다.

< 김태완 기자 tw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