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부패라운드가 15일 출범함에 따라 해외사업이
많은 국내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OECD의 "해외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협약"에 따른 "해외뇌물 방지법"의
시행으로 해외에서 공사를 따내거나 납품을 하기 위해 외국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다가 들키면 국내법으로 처벌받는다.

이때문에 해외건설업체나 종합상사등 국제시장에서 활동하는 국내기업들은
기업윤리강령을 제정하고 윤리교육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산
하다.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법무부는 전경련과 함께 12일 뇌물방지협약과 뇌물거래방지법 내용을
문답식으로 풀이한 해설책자 1천7백여부를 발간해 주요 기업과 일선 검찰
등에 배포했다.

부패라운드 출범에 가장 촉각을 곤두서고 있는 곳은 건설, 플랜트, 발전및
통신설비, 조선, 군수,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프로젝트 등 외국정부가 발주
하는 대규모 사업과 관련된 업종의 기업들.

지난해 해외에서 41억달러를 수주한 해외건설업의 경우 업계특유의 관행과
비즈니스 성격상 부패라운드의 시범케이스로 걸려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들은 뇌물거래방지법 해설판을 만들어 해외현장에 보내는 등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대우중공업 현대정공 등 군수업체들과 해외 플랜트 수출이 많은 현대
중공업 (주)대우 현대종합상사 등 중공업업체와 종합상사들도 마찬가지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강화하고 사규를 손질하는 업체도 있다.

현대중공업 조충휘 사장은 최근 해외영업담당 임직원들에 편지를 보내
부패라운드 취지를 설명하고 해외에 나가 외국공무원을 접촉할때 절대
뇌물을 주지 말라고 당부했다.

LG상사 LG전자 LG산전 등은 윤리규범 실천지침을 만들고 정기적인 윤리
규범 교육을 통해 윤리의식을 고취시키고 있다.

현대건설의 경우 해외 영업담당자에 대한 윤리교육과 함께 회사차원의
반부패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을 추진중이다.

쌍용그룹도 해외 건설이 많은 건설부문을 중심으로 투명한 수주를 추진
하고 있다.

경제단체들도 부패라운드 시행을 앞두고 해외뇌물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1일 회장단회의에서 해외진출기업의 투명경영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기업윤리헌장을 다시 손질해 내놓았다.

김우중 전경련회장은 "앞으로는 통상 다음으로 투명성이 국제문제로 부각
할 것"이라며 업계의 대책을 촉구했다.

강선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윤리강령을 채택하는 한편 임직원들로
부터 서약서를 받는 등 뇌물공여 방지를 위한 노력을 문서로 만들어 놓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뇌물방지를 위해 상당한 감독을 기울인 법인은 형사책임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영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해외영업의 최일선에서 활동하는
현지 자회사 및 합작사나 에이전트에 대한 교육과 감사에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뇌물범죄가 발생했을 경우 피해범위를 자회사나 현지 에이전트로 제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준성 산업연구원(KIET) 수석연구원은 "기업은 뇌물거래방지법을
거추장스러운 걸림돌로 생각하는데서 나아가 투명한 기업경영을 확립하는
체질개혁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강현철 기자 hckang@ 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