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이 심한 가뭄을 타고 있는데 주가는 초강세를 보였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시장에너지를 나타내는 거래량이 듬뿍듬뿍 늘며 주가가 힘찬 상승세를 보인
과거의 예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거래부진과 주가강세를 놓고 증권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거래량이 늘지 않으면 주가상승에 힘을 실어주지 못한다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설연휴 이후 다시 한번 상승시동을 걸기 위한 전초전이란 해석이 맞서
있다.

대세상승의 기운이 아직 완전하게 꺾인 것이 아니고 매물공백의 양상마저
보이고 있는 만큼 상승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도 있다.

<> 거래량과 주가 =이달 들어 하루평균 거래량은 1억5천만주선이다.

12일 주가가 27포인트나 뛰어올랐는데도 1억5천만주에 불과했다.

지난해 12월 주가가 상승열기를 내뿜을 당시에는 일평균 2억5천만주가
거래됐다.

지난 1월6일~21일동안 600잔치를 벌였을 때는 하루평균 거래량은 2억8천만주
를 유지했다.

<> 거래량 부진의 배경 =시장주도주와 뚜렷한 매수주체가 나서지 않고 있다
는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향후 시장방향성에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LG증권의 황창중 책임조사역은 "시장참여자별로 앞으로 주가에 대한 전망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투자자나 기관투자가나 최근 주가가 폭락했을 때 적극적으로
저가매수에 나서지 않는 모습을 보인게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면 추격매수에 나섰다가 내리면 추격매도하는
매매패턴을 보이는 불안한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낙폭에다 매물도 많지 않아 기술적인 반등에 다름아니라고 분석
했다.

대우증권의 정동배 투자정보부장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정 부장은 "기술적인 반등과 설연휴 이후 김대중 대통령 취임1주년이 되는
시점에 나올법안 호재에 대한 기대감을 노리고 있다"며 "주가가 다시 상승세
로 전환하고 있다는 생각보다 단기 시세차익을 겨냥하는 세력이 많다"고
말했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이나 외국인투자자들의 매도세나 관망세도 한 이유로
들었다.

실제 지난달 각각 11.1%와 6.4%에 달했던 기관들과 외국인의 매매비중은
2월들어 11일 현재까지 9.7%와 5.2%로 떨어졌다.

그는 "외국인의 경우 매수에 나서더라도 가격을 올려사는게 아니고 낮은
가격대에서 입질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수주체의 실종이라는 얘기다.

<> 전망 =LG증권의 황 조사역은 거래량이 따라붙지 않는 주가상승은 힘없는
모래성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거래 가뭄이 해갈되지 않으면 설연휴 이후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의
한국신용등급 상향조정과 김 대통령의 취임1주년 관련 호재도 주가방향성을
심어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따라서 3월초까지 550~560선의 박스권을 점쳤다.

반면 동원경제연구소의 이충식 동향분석실장은 입장이 다르다.

그는 "거래량이 최고치의 30%까지 줄어들어 힘이 없는게 사실이지만 주가가
오르면 거래는 다시 늘어날 것"이라며 "대세상승 추세는 강하게 살아있다"고
진단했다.

<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