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문제는 환란을 초래한 시스템의 부실을 교훈으로 인식하는 것이지요"
장재식 "IMF환란 조사특위" 위원장은 11일 증인.참고인 신문 일정을 마감한
뒤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세간에선 "반쪽 청문회"로 별 소득이 없었다고 평가하고 있으나 특위위원장
으로서 볼때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는 자평이다.
외환위기에 대한 당시 경제팀의 초기대응이 미숙했음을 밝혀냈고 잘못된
환율정책 등을 규명한 것이 큰 소득이라는 것이다.
또 과거 정권에서 벌어진 정경유착의 고리를 찾아낸 점도 부수적인 성과로
꼽았다.
"경제정책의 오류"라는 청문회 테마가 일반인들에겐 너무 어렵지 않았느냐
는 질문에 장 위원장은 예의 "다이빙 점수론"을 폈다.
"축구나 농구는 골득실이 명확하기 때문에 누가 보더라도 승부가 분명
하지만 다이빙이나 체조는 전문가들만이 미세한 실력차를 구별할 수 있다"는
것.
경제 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당시 경제팀은 무능했거나 아니면 명백한
직무유기를 저질렀다는 것이 드러났다는 얘기다.
바둑이 아마 7단으로 "국수"라고도 불리는 장 위원장은 이번에 "장환율"
이란 별명을 하나 더 얻었다.
지난 96년 국정감사때부터 경상수지 방어를 위해 환율의 실세화를 줄기차게
주장해 온데다 이번 청문회 기간중에도 수차례 환율정책의 중요성을 강조
하면서 얻은 별명이다.
본인도 그다지 기분 나쁘지 않다는 표정.
"환율은 개방화시대에 경제의 건강성을 재는 바로미터입니다"
환율 얘기만 나오면 장 위원장의 목소리엔 언제나 힘이 들어간다.
위원장으로 아쉬웠던 점은 신문과정에서 종합적인 디자인이 없었다는 점.
책임 회피성 답변에 대해 특위위원들이 협공을 펼쳤더라면 보다 효율적인
청문회가 가능했다는게 장 위원장의 생각이다.
장 위원장은 국세청 차장과 주택은행장을 거친 뒤 야당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흔치 않은" 경력을 갖고 있다.
이론과 실물에 두루 밝다는 평.
한달여간 진행된 청문회기간중 하루도 빠짐없이 9시 정각에 특위위원장
사무실에 출근해 그날의 청문회를 점검한 성실함도 돋보인다.
장 위원장은 "청문회가 미비한 점이 있었다면 위원장이 부족한 때문이고,
청문회의 성과는 특위위원들이 열심히 준비한 때문"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 이의철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