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를 초래한 경제정책"을 다룬 9일의 경제청문회에서 자민련 정우택
의원과 강경식 전부총리는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잘못을 시인하라"는 특위위원의 고성도, "당시 상황에선 어쩔 수 없었다"는
증인의 책임 회피성 답변도 없었다.

대신 환란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대안 찾기가 그 자리를
메웠다.

정 의원은 우선 환란의 단기적 원인으로 "유동성 부족"을 꼽은 뒤 이는
결국 한국경제의 "구조적 모순"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 전부총리도 전적으로 동감을 표시했다.

이어 정 의원과 강 전부총리는 환란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국가경영의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정 의원은 특히 국가적 차원에서 위험에 대한 "조기경보시스템"이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그 방법으론 가상 국가경제정보집단을 제안했다.

즉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국가정보원 외교통상부 민간경제연구소 등 모든
전문가 풀 집단으로 가상공간에서 싱크탱크집단을 구성하자는 것이다.

경제외교의 효율성을 위해서도 이같은 기구는 필요하다는 게 정 의원의
설명.

강 전부총리는 "사회가 다원화될 수록 현재의 관료조직만으론 사회의 전
부문을 다루기 힘들다"며 "결국 정부조직도 네트워크화시켜 전문기능에
대해선 아웃소싱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원칙적으로 긍정적인 의사
표시를 했다.

정 의원은 이어 "정부가 당시 국제금융계의 흐름과 시각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현재의 재경원도 이같은 기능에선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강 전부총리는 동감을 표시하며 "경제분야를 실무적으로 챙기는 중심으로
경제부총리가 부활돼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특히 예산청과 기획예산위가 분리돼 있는 현행 정부조직에 대해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시제도에 대한 의견을 묻는 대목에선 "고시제도 자체를 없애기보다는
각 부처별로 필요한 인력을 뽑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각 부처별로 그때 그때 전문가를 영입하는 아웃소싱 능력을 갖추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위위원과 증인이 함께 국가적 이슈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모처럼의
정책청문회 장면이었다.

< 이의철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