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해프닝"으로 끝난 김영삼 전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설연휴 이후로 일단
연기됐다.

사실상 상도동측의 대변인역을 맡고 있는 한나라당 박종웅 의원은 9일 오전
김 전대통령을 만난 뒤 기자들과 만나 "회견을 통해 "말"을 하겠다는 김 전
대통령의 의지는 결연하고 확고하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이어 "기자회견은 설 연휴와 김대중 대통령의 취임 1주년
(2월25일)을 고려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대통령이 9일 긴급회견을 하기로 했다가 돌연 연기한 것은 전날 밤
측근들이 한결같이 기자회견 시기가 적절치 못하다고 건의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들은 YS의 회견 내용이 상당부분 김대중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를 넘어서는 발언을 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고 앞으로 더
어려운 처지에 빠질 수도 있다며 강력하게 만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여권의 설득과 경고도 있었다는 설이 나돈다.

김 전대통령은 "기자회견 카드"를 들고 자신의 정치적 명예와 자존심을
지켜나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경제를 망친 대통령"이라는 비난은 받아들이지만 정태수씨의 1백50억원
대선자금 제공 증언 등 자신에 대한 각종 비리 의혹들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기자회견 예고"로 YS는 이미 정치권은 물론 여권의 주요 인사들에게
자신이 건재함을 과시했다는 시각도 있다.

YS의 "기자회견 카드"는 정태수씨의 서면 답변서 내용과 그에 따른 여권의
대응, 향후 정계개편 방향 등 여러 변수들을 셈하면서 수위가 조절될 전망
이다.

< 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