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말 처음 인터넷에 등장한 장난감 전문 사이버몰 이토이스
(etoys.com).

나온지 1년도 안돼 최고의 장난감 쇼핑몰로 올라섰다.

지난해 사이버몰을 통한 미국내 장난감 거래규모는 4천만달러 수준.

이중 이토이스가 판 것이 1천5백만달러어치에 이른다.

이토이스는 인터넷속 가상공간에 레고 디즈니 등 전세계 5백여 종류의
유명한 브랜드 장난감 수만가지를 진열해 놓고 고객들을 기다린다.

이 회사 토비 렌크 사장은 목표는 좀 엉뚱하다.

세계 최대의 장난감 유통체인인 "토이스러스(Toys"r"us)"를 시장에서
몰아내자는게 그의 비즈니스 타깃이다.

그는 지난해 크리스마스때 승리를 확신했다.

연말시즌 이토이스 사이트를 방문한 고객은 3백40만명.

토이스러스가 만든 홈페이지보다 세배나 많았다.

렌크 사장은 "방문고객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잠재 수요가 크다는 뜻"
이라며 "토이스러스 왕국의 몰락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기염을 토한다.

실제 토이스러스는 이토이스와 같은 사이버몰의 잇따른 출현으로 크게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토이스러스의 매출액은 2% 늘어나는데 그쳤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한 장난감 거래 규모는 무려 1백30%의 성장세를 보였다.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EC)가 크게 활기를 띠면서 중간 유통단계가 점차
없어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디지털 광속경제시대가 낳는 현상이다.

장난감 사이버몰 이토이스의 무기는 "싸고 빠르게"다.

이토이스는 같은 제품이라도 보통 장난감 가게보다 30-40% 싸게 판다.

고객이 주문하면 미국 어느 곳이라도 24시간안에 직접 배달해준다.

고객은 아이들 손을 잡고 장난감 매장에 갈 필요도 없다.

집에 앉아 "클릭"만 하면 OK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디지털 네트워크다.

고객이 어디에 있든 밤낮없이 1대 1로 직접 접촉할수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는 디지털 네트워크가 만들어낸 인터넷을 통해 직접 만나
물건을 사고 판다.

여기에 도매상 소매상 등 "중간상인"은 끼어들 틈이 없다.

당연히 유통과 판매 마케팅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줄일수 있다.

"더 싸고 빠른" 이유다.

중간상인이 떠난 자리는 인터넷속 가상상점이 메우게 된다.

아마존 아메리카온라인(AOL) 이베이 등 정보유통업체들이다.

이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소비자와 생산자를 직접 이어준다.

디지털 광속경제의 주역인 셈이다.

이들이 유통혁명을 이끌고 있다.

사고 파는 모든 상거래를 사이버 공간으로 끌어들인다.

델컴퓨터는 세계 어느 곳에도 판매대리점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세계 3대 PC메이커의 하나로 올라섰다.

델은 인터넷이나 전화룰 통한 온라인 판매만 고집한다.

고객이 델컴퓨터의 사이버 매장에 들러 자기가 원하는 규격 가격을 골라
주문하면 3-4일안에 바로 배달된다.

델은 주문에 따라 PC를 만들고 고객은 자기가 꼭 필요한 부품만을 갖춘
PC를 살수 있다.

값도 40% 정도나 싸다.

재고가 없고 유통코스트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델은 이런 방식으로 전세계에서 하루 평균 5천만달러어치의 컴퓨터를 판다.

지난해 PC시장 위축으로 IBM, HP 등이 고전할 때도 델은 50% 가까운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델의 사례는 디지털 광속경제시대에서 더 이상 중간상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이른바 중개자제거(Disintermediation)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대신 배송업체의 역할이 커지는 새로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누가 가장 빨리 고객에게 상품을 전달할수 있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변수로
떠올랐다.

배송업체들이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디지털 광속경제환경의 유통채널을
마무리하기 때문이다.

UPS, FedEX, 포스탈서비스 등 미국의 배송업체들이 지난해 20~30%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할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서비스분야에서도 중개자의 기능은 사라지고 있다.

호텔은 인터넷을 세계 어느 곳에 있는 고객으로부터도 객실 예약을 받는다.

여행사가 필요없다.

미국의 음반제작업체들은 아프리카에 있는 고객이 주문하면 인터넷으로
음악을 보내준다.

고객은 홈페이지에 접속해 다운로드 받으면 그만이다.

비디오도 마찬가지다.

멀지않아 아파트단지 상가의 비디오대여점은 모두 사라질 것이다.

식품업체들은 인터넷으로 고객의 식단을 주문받아 매일매일 식탁을 차려
준다.

인터넷을 통해 투자상담을 하고 주식거래도 대행하는 서비스가 성업중이다.

증권사 없이도 주식을 사고팔수 있는 것이다.

은행들도 이제 시내 요지에 지점을 세울 필요가 없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지금 거리 곳곳에 있는 수많은 은행 지점들은
21세기에는 사라져야 할 존재들"이라고 했다.

구청 동사무소도 축소 대상이다.

웬만한 증명서는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발급받을수 있다.

디지털 광속경제가 가져오는 가장 큰 이점은 가격파괴다.

생산자에서 소비자에게 이르기까지 유통의 중간단계가 사라지면서 종전의
가격결정모델은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됐다.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 가면 "40~50% 할인" 등의 문구를 쉽게 발견할수 있는
이유다.

새로운 유통혁명의 모습이다.

[ 특별취재팀 =추창근(정보통신부장.팀장)
손희식 정종태 양준영(정보통신부) 한우덕(국제부)
조성근(증권부) 유병연 김인식(경제부)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