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컨설팅회사?

KDI가 외부용역수주에 발벗고 나섰다.

산업연구원(KIET)은 컨설팅회사 등과 제휴해 아예 컨설팅기관으로 변신을
모색중이다.

콧대높던 정부정책연구기관들이 탈바꿈하고 있는 것은 지난해 공공부문개혁
작업 과정에서 예산과 인원을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

정부의 연구비지원이 절반수준으로 줄어 민간용역을 따내지 않고선 살림을
제대로 꾸릴수 없게 된 것이다.

KDI는 70-80년대 정부주도의 경제개발정책를 이끌어 왔던 대표적 국책연구
기관.

경제학을 중심으로 각 분야의 두뇌들이 모여 국가정책을 이끌어 간다는
자존심이 대단했다.

그러나 지난해 2백50명이던 인원을 1백87명으로 25% 줄여야 했고 경상경비
는 20% 삭감됐다.

정부가 KDI에 출연하는 기본연구비는 26억6천만원으로 지난해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대신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위원회 등에 정책연구비로 20억5천만원을
계상했다.

경쟁입찰로 연구를 수주하라는 것이다.

이에따라 KDI는 지난해 6건 5억8천만원에 불과했던 민간연구용역수주를
올해 20-30억원 수준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들어 한달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한국전력 ADB(아시아개발은행) 등과
4건 5억1천2백만원의 수주계약을 체결했다.

KDI는 특히 해외용역수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
로부터 용역수주를 타진하고 있다.

또 그동안 해왔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공기업들의 민영화이후 발전방안
및 금융구조조정이후 금융기관들의 발전방안 등에 대한 컨설팅도 강화하기로
했다.

기술적인 분야는 전문기관에 하청을 주는 아웃소싱도 적극 활용해 컨설팅
영역을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그동안 아무런 대가없이 정부에 제공하던 수사연구과제에 대해서도 수수료
를 요청할 예정이다.

인터넷을 통한 경제정보제공서비스에도 진출해 수익기반을 넓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KDI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 손을 벌리던 시기가 지났기 때문에 용역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지명도 덕분에 일부 가시적 성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KDI는 지난5일과 6일 연찬회를 갖고 컨설팅강화를 포함한 향후 경영전략
방향을 토론했다.

KIET는 지난해 컨설팅회사인 모니터 컴퍼니및 세계적 회계법인인 언스트영
과 제휴를 맺었다.

산업연구성과를 국제적인 민간컨설팅기관의 노하우와 결합시켜 컨설팅업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의도다.

KIET는 민간기관이나 공기업으로부터 컨설팅업무를 맡아 올해 28억원을
벌어들이기로 했다.

산업자원부에서 입찰에 부치는 정책연구과제도 모두 수주해 12억4천만원의
수입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용역수주로 총40억여원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KIET의 안상길 기획관리실장은 "예전에는 공기업들의 용역발주가
많았지만 이들도 구조조정으로 재정이 어려워져 용역을 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올들어서는 UN(국제연합)으로부터 조사용역 한건밖에 수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도 KDI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기본연구비출연이 지난해의 절반도
안되는 12억4천만원으로 깎였다.

올해 용역수주목표액 40억원을 달성한다고 해도 총사업규모는 지난해
97억원에서 올해는 87억원으로 줄어든다.

이처럼 대표적인 국책연구기관들이 컨설팅업무를 강화함에 따라 내부에서는
정체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정책을 이끌어가는 싱크탱크에서 돈벌이에 치중하는 컨설팅회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또 단기과제연구등 용역수수료를 둘러싸고 정부부처와의 알력조짐도 나오고
있다.

KDI의 한 관계자는 "정책연구와 민간용역을 조화해 위상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과제"라고 말했다.

< 김성택 기자 idnt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