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을 하는 박대규씨는 요즘 머리가 복잡하다.

은행에 넣어둔 3천만원의 만기가 이달 중순이다.

이 돈을 어떻게 해야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박씨는 나름대로 "과학적 재테크"를 한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다.

이론적으로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는한 섣불리 돈을 굴리지 않는다.

이달에 만기가 되는 3천만원도 자신의 판단 덕분에 고금리예금의 막차를
타다시피했다.

작년 이맘때 은행들이 판매한 고금리 확정금리상품에 가입한 덕분이다.

박씨가 고민하는 것은 앞으로의 금리 움직임이다.

정부발표나 언론의 보도를 보면 금리가 더 떨어질 것만 같다.

고집세기로 유명한 한국은행총재도 콜금리를 더 떨어뜨리겠다고 공언했다.

정부와 IMF(국제통화기금)도 금리추가인하에 합의했다는 보도다.

그런데도 어찌된게 기관들은 여유자금을 단기상품에 운용하는 분위기다.

말하자면 "큰손"들은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셈인데, 도무지
뭐가 옳은지 알 수 없다.

행여 박씨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분은 없으신지.

박씨는 "과학적인 재테크를 한다"고 충분히 자부할만하다.

금리가 무엇인지, 금리는 어떻게 결정되며, 금리가 어떻게 변동할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금리는 재테크의 초보중 초보과목이다.

금리를 모르고선 재테크에 나설 엄두를 내지 말아야할 정도.

주어진 체크포인트를 통해 자신의 금리실력을 체크해 보자.

[ 체크포인트 1 ]

금리는 재테크의 가장 중요한 변수다 =아무리 재테크에 문외한인 사람
일지라도 금리가 높을수록 투자자에겐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연10%짜리 정기예금보다는 연20%짜리 정기예금이 낫다는 것은 상식중의
상식이다.

그렇다면 금리는 과연 금융상품이나 채권수익률등에만 영향을 미칠까.

그렇지 않다.

금리는 주가 부동산값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통 금리가 높으면 주가와 부동산값은 형편없다.

반대로 금리가 낮으면 주가와 부동산값은 오른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작년처럼 금융상품 금리가 연20%를 넘나들면 여유자금은 아무래도 여기에
몰릴 수밖에 없다.

금리는 재테크의 가장 큰 변수다.

재테크는 금리움직임을 읽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 체크포인트 2 ]

금리는 어떻게 결정되나 =금리는 한마디로 돈의 가격이다.

돈을 빌려주고 빌려올때 적용하는 이자율을 말한다.

따라서 금리결정 메커니즘은 과일가격 결정과정과 비슷하다.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에 따라 결정된다.

돈을 빌려주고자 하는 사람이 많으면 금리는 떨어진다.

반대로 돈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 많으면 금리는 오르게 된다.

따라서 금리의 움직임을 보려면 시중 자금사정을 살펴야 한다.

시중자금이 넉넉하다 싶으면 금리는 하락세를, 조인다 싶으면 상승세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단지 시장수급만이 금리를 결정할까.

그렇지만은 않다.

통화당국의 의지가 중요하다.

당국이 자금을 빨아들이면 시중자금이 줄어들어 금리는 오른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의 금리정책기조를 살피는게 아주
중요하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엔 더 중요한 변수가 많다.

정부나 고위관계자들의 의지다.

바로 얼마전에 체험했던 것처럼 정부관계자들이 인위적으로 금리를 내리고
올리는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 체크포인트 3 ]

금리는 주가와 항상 반비례 하나 =단기적으론 그렇다.

지난해말 금리가 한자리로 접어들자 여유자금이 주식시장에 몰린게 대표적
예다.

최근 부동산값이 들먹거린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저금리체제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단기적으론 반비례 관계가 나타나지만 장기적으론 정비례 관계를 형성한다.

바로 금리때문이다.

기업은 투자수익이 최소한 금리만큼은 된다는 판단이 설때만 돈을 빌린다.

따라서 금리는 그 나라의 평균 투자수익률과 대체로 일치한다.

만일 계속 저금리체제가 지속된다면 나라 전체의 평균수익률도 줄어든다는걸
뜻한다.

주식투자로 인한 배당도, 부동산투자로 인한 임대수입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주가도 부동산값도 낮아지게 된다.

이렇게보면 금리하락기에 주식과 부동산이 반드시 유망 투자수단이 되는 건
아니다.

배당과 임대소득이 줄어들지 않는 유망한 기업과 부동산을 골라야 한다.

[ 체크포인트 4 ]

금리상승기와 하락기의 투자방법은 =너무 많이 들어 귀가 따가울 것이다.

금리상승기에는 실적배당상품에, 하락기에는 확정금리상품에 가입하는 건
기본상식이다.

금리가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경우엔 가입당시의 금리가
만기때까지 보장되는 확정금리상품이 유리하다.

반대로 올라갈 전망이면 가입당시의 금리에 관계없이 그때그때의 시장금리를
반영해주는 실적배당상품이 좋다.

[ 체크포인트 5 ]

지금은 금리하락기인가 =한국은행이나 정부는 "금리를 더 떨어뜨리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것으로만 보면 금리하락기다.

그러나 이면을 좀더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한국은행은 인플레와 외환시장 안정을 감안해 통화를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금리를 떨어뜨리기 위해 마냥 돈을 더 풀수는 없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실제 시장참가자들은 이미 금리가 바닥을 쳤으며 3~4월에 오름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반영, 시중자금은 급속히 단기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또 그림에서 보듯 국고채나 회사채의 경우 지난 1월말에는 장기물금리가
단기물금리보다 높아졌다.

금리상승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장기물을 기피하고 있는 탓이다.

재테크는 현상만 중요한게 아니다.

현상을 야기한 원인을 아는게 필수적이고 그 원인을 알면 미래가 보인다.

금리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