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리포트] '경쟁'이 아름다운 이유 .. '미국의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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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중소기업 전문은행인 웰스파고가 최근 충격적인 내용의 보고서
를 내놓았다.
신용카드 회사들이 은행들을 제치고 미국내 최대의 중소기업 대출기관으로
떠올랐다는 내용이다.
카드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마운틴웨스트파이낸셜사와
아메리칸익스프레스사가 97년중 중소기업들에 각각 30만건이 넘는 소액대출
(건당 10만달러 이하)을 해 1,2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대출 시장의 터줏대감으로 군림했던 웰스파고를 비롯한
뱅크오브아메리카, 체이스맨해튼 등 기존의 시중은행들은 10위권 안에 든
것에 만족해야 했다.
또 다른 신용카드 업체인 어드밴타사 역시 4위에 올랐다.
미국 중소기업들의 소액차입 시장에서 이들 3개 신용카드 회사들이 차지
하는 비중만 따져도 전체의 3분의 1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 회사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등의 영업 핸디캡을 신용에
의한 신속대출 등으로 극복하면서 영역확장을 적극 추구한 결과다.
은행들의 고유영역으로 여겨져온 기업대출 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신용카드 업체들 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증권회사와 온라인 금융서비스 업체들까지 시장 쟁탈전에
가세하고 있다.
월가의 간판 증권회사인 메릴린치사가 그 대표주자로 꼽힌다.
메릴린치는 최근 PMS라는 플로리다 항공기 정비업체의 사실상 주거래
금융기관이 돼 은행들을 놀라게 했다.
종업원 5백여명에 연간 외형이 4천만달러에 달하는 PMS는 지역 은행들이
군침을 흘려 온 업체였다.
이런 회사가 은행들을 제치고 증권회사인 메릴 린치와 주거래 관계를
맺은 것은 신속성과 융통성 때문이었다.
은행들은 이 회사가 일정한 작업량을 수주했을 때만 자금을 빌려 주거나,
그나마 유가증권이나 재고자산 등의 담보를 요구했던 반면 메릴린치는
아무런 조건없이 75만달러의 당좌한도(크레딧 라인)를 열어줬다.
PMS 관계자는 "은행들은 우리가 자금 사정이 넉넉할 때 돈을 빌려 주겠다고
덤벼들 뿐, 정작 한 푼이 아쉬울 때는 안면을 바꿔 버린다"고 일침을 놓았다.
30년대 대공황의 유물로 탄생했던 글래스-스티걸법의 금융기관 겸업금지
장치에 안주한 채 "배짱 편한 장사"를 해왔던 은행들이 뒤통수를 맞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과 증권 보험 등의 업무영역이 엄격하게 구분됐던 시대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일이 미국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은행들의 전유물처럼 돼 있던 개인저축 시장이 증권 보험 등 비은행
금융기관들의 공격적인 상품개발에 의해 대거 잠식되고 있는 것도 한 예다.
80년대 초만 해도 개인저축 자금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던 은행들의
점유율이 지금은 6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기업들도 투자 자금을 은행대출에 의존하기 보다는 채권시장에서 조달
하는 추세가 보편화된지 오래다.
미국의 은행들이 이처럼 수십년동안 지켜 온 "텃밭"을 비은행 기관들의
협공으로 점점 빼앗기게 되면서 생존을 건 자활노력도 치열해지고 있다.
웰스파고의 경우 그동안의 관행과 체질을 벗어 던지기 위해 "용어"부터
갈아 치웠다.
예컨대 "지점(branch)"은 상업적인 냄새가 흠씬 나는 "상점(store)"으로
바꿔 부르기로 했다.
비은행 금융그룹인 트래블러스와 합병해 "전천후 금융 백화점"으로의
변신을 시도한 시티은행처럼 다른 금융기관들의 영역에 대한 반격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은행과 비은행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 질수록 금융 소비자들에게 반대급부
가 돌아가는 것은 물론 해당 금융기관들의 경쟁 체질이 강화될 것 또한
불문가지다.
미국 경제가 세계 제일의 경쟁력을 일구게 된 "전통의 힘"이 무엇인지를
새삼 엿보게 한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8일자 ).
를 내놓았다.
신용카드 회사들이 은행들을 제치고 미국내 최대의 중소기업 대출기관으로
떠올랐다는 내용이다.
카드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마운틴웨스트파이낸셜사와
아메리칸익스프레스사가 97년중 중소기업들에 각각 30만건이 넘는 소액대출
(건당 10만달러 이하)을 해 1,2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대출 시장의 터줏대감으로 군림했던 웰스파고를 비롯한
뱅크오브아메리카, 체이스맨해튼 등 기존의 시중은행들은 10위권 안에 든
것에 만족해야 했다.
또 다른 신용카드 업체인 어드밴타사 역시 4위에 올랐다.
미국 중소기업들의 소액차입 시장에서 이들 3개 신용카드 회사들이 차지
하는 비중만 따져도 전체의 3분의 1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 회사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등의 영업 핸디캡을 신용에
의한 신속대출 등으로 극복하면서 영역확장을 적극 추구한 결과다.
은행들의 고유영역으로 여겨져온 기업대출 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신용카드 업체들 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증권회사와 온라인 금융서비스 업체들까지 시장 쟁탈전에
가세하고 있다.
월가의 간판 증권회사인 메릴린치사가 그 대표주자로 꼽힌다.
메릴린치는 최근 PMS라는 플로리다 항공기 정비업체의 사실상 주거래
금융기관이 돼 은행들을 놀라게 했다.
종업원 5백여명에 연간 외형이 4천만달러에 달하는 PMS는 지역 은행들이
군침을 흘려 온 업체였다.
이런 회사가 은행들을 제치고 증권회사인 메릴 린치와 주거래 관계를
맺은 것은 신속성과 융통성 때문이었다.
은행들은 이 회사가 일정한 작업량을 수주했을 때만 자금을 빌려 주거나,
그나마 유가증권이나 재고자산 등의 담보를 요구했던 반면 메릴린치는
아무런 조건없이 75만달러의 당좌한도(크레딧 라인)를 열어줬다.
PMS 관계자는 "은행들은 우리가 자금 사정이 넉넉할 때 돈을 빌려 주겠다고
덤벼들 뿐, 정작 한 푼이 아쉬울 때는 안면을 바꿔 버린다"고 일침을 놓았다.
30년대 대공황의 유물로 탄생했던 글래스-스티걸법의 금융기관 겸업금지
장치에 안주한 채 "배짱 편한 장사"를 해왔던 은행들이 뒤통수를 맞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과 증권 보험 등의 업무영역이 엄격하게 구분됐던 시대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일이 미국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은행들의 전유물처럼 돼 있던 개인저축 시장이 증권 보험 등 비은행
금융기관들의 공격적인 상품개발에 의해 대거 잠식되고 있는 것도 한 예다.
80년대 초만 해도 개인저축 자금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던 은행들의
점유율이 지금은 6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기업들도 투자 자금을 은행대출에 의존하기 보다는 채권시장에서 조달
하는 추세가 보편화된지 오래다.
미국의 은행들이 이처럼 수십년동안 지켜 온 "텃밭"을 비은행 기관들의
협공으로 점점 빼앗기게 되면서 생존을 건 자활노력도 치열해지고 있다.
웰스파고의 경우 그동안의 관행과 체질을 벗어 던지기 위해 "용어"부터
갈아 치웠다.
예컨대 "지점(branch)"은 상업적인 냄새가 흠씬 나는 "상점(store)"으로
바꿔 부르기로 했다.
비은행 금융그룹인 트래블러스와 합병해 "전천후 금융 백화점"으로의
변신을 시도한 시티은행처럼 다른 금융기관들의 영역에 대한 반격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은행과 비은행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 질수록 금융 소비자들에게 반대급부
가 돌아가는 것은 물론 해당 금융기관들의 경쟁 체질이 강화될 것 또한
불문가지다.
미국 경제가 세계 제일의 경쟁력을 일구게 된 "전통의 힘"이 무엇인지를
새삼 엿보게 한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