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첨단산업의 각축장이다.

지금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신기술이 개발되면서 인류생활에도
적잖은 변혁이 일 전망이다.

그러나 첨단 과학기술이 장밋빛 미래만을 기약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소재와 기술은 한편으로 전혀 예상치 못한 오염물질을 만들어낸다.

이 물질들은 지구환경과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인류의 목줄마저 죄어오고
있다.

게다가 환경오염은 먼 훗날까지 값비싼 대가를 요구한다.

한번 망가진 환경은 원상복구가 어려울 뿐더러 개선하는 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환경분야가 정보통신 바이오등과 함께 새로운 세기의 유망산업으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환경오염방지 시스템중 가장 앞서 있는 것은 광촉매 시스템이다.

이 분야에선 바투환경기술의 최상진(41) 대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의
이태규(44) 박사, 금호전기 기술연구소의 김병현(42) 책임연구원등이
활발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최상진 대표는 난분해성 폐수처리를 위한 광촉매 산화시스템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산화티타늄(TiO2)을 이용한 광촉매 산화기술은 지난 80년대 후반
캐나다 퓨리픽스사가 개발,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은 박테리아가 자연분해되지 못하는 공업용 폐수나 복잡한
유기화합물을 2차 오염없이 무해한 물질로 분해처리하는 것이다.

최 대표는 지난95년 퓨리픽스로부터 핵심기술과 아시아지역 독점사용권을
이전받았다.

첫 작품이 국방과학연구원에 납품한 화약폐수처리 공정이다.

또 김포쓰레기매립지 개선용역을 맡아 쓰레기 침출수처리 기술로는 국내
최초로 환경신기술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난지도 쓰레기매립지에 설치한 파일럿설비는 경제성을 감안하고도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을 배출기준치(1백PPM)보다 훨씬 낮은 44PPM으로
처리, 침출수를 현장에서 직접 처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최 대표는 지난해말 G7프로젝트로 선정된 "난분해성 산업폐수처리
실용화기술" 개발과제를 서울대 환경연구실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를통해 광촉매 시스템의 핵심설비인 랙(Rack)을 국산화하는 한편
3년안에 처리가능 물질을 대폭 늘린 저가형 고효율 설비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태규 박사는 유독가스등 대기오염 물질을 빛에너지와 광촉매로
분해처리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90년대 초반부터 광촉매시스템 연구에 매달려온 그는 이 분야에선
국내 선구자.

초창기엔 오.폐수등 수처리시스템을 개발, 벤처기업에 기술이전했다.

97년부터는 이산화탄소(CO2)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휘발성
유기물질(VOC)등 유독가스 처리연구를 진행중이다.

이중 태양광화학반응을 이용한 유독물처리 시스템은 VOC계 가스에 대해
1백% 가까운 분해율을 자랑한다.

이 박사는 지난해말 SOx.NOx 동시처리용 광촉매반응 시스템도 개발했다.

현재 자동차와 산업체에서 배출되는 SOx와 NOx를 분리하지 않은채
80%가량 동시 처리할 수 있다.

켐텍산업과 공동으로 동시처리율을 90%이상 높인 신모델을 개발, 내년
중반께 내놓을 계획이다.

또 태양에너지를 활용, 대기및 토양오염물질을 해독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공대및 독일 하노버 태양에너지연구소와 공동연구에
들어갔다.

이 시스템은 광섬유를 통해 끌어온 태양빛을 건물안이나 지하공간에
비춰주는 것으로 실내 자연채광과 공기정화 기능을 발휘하게 된다.

김병현 책임연구원은 광촉매를 조명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램프 표면에 광촉매 막을 입힌 광촉매 형광램프를 선보였다.

일본 도시바에 이어 세계 두번째다.

이 제품은 태양광이나 조명광에 포함된 3백50~4백 의 파장을 흡수,
오염물질이나 악취성분 세균등을 분해한다.

밀폐된 실내에 배어있는 담배냄새와 유해가스를 제거, 청결한 실내환경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김 연구원은 "한국화학시험연구원의 성능비교시험 결과 도시바의
제품보다 성능이 월등히 우수하게 나타났다"며 "국내 시장규모가 몇년안에
2천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현재 일반 형광램프보다 2백~3백원 정도 비싼 게 흠"이라며 "당분간
원가절감을 위한 원부재료 국산화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새로운 광촉매를 이용한 환경친화적 광원(조명광)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 용어설명 ]

광촉매란 화학적 반응에 필요한 파장대의 빛을 흡수, 반응이 잘 일어나도록
도와주는 물질이다.

흔히 반도체성 산화물이 사용된다.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이산화티타늄(TiO2).

빛에 의한 광화학반응 과정에서 TiO22는 자외선등 빛을 받으면 독성물질을
분해하거나 살균력을 나타낸다.

오존(O3)등 산화제를 추가하지 않고도 오염물질을 이산화탄소(CO2)나
물(H2O)등 무해한 물질로 완벽하게 산화시키는 것이다.

슬러지 농축으로 2차오염을 일으키는 흡착제나 난분해성 독성물질 처리에
효과가 떨어지는 생물학적 처리에 비해 정화작용이 훨씬 우수하다.

선진국에선 80년대 후반이후 광촉매로 공장폐수나 대기오염물질을 정화하는
고도 산화처리기술 상용화 연구가 활발하다.

광촉매는 오염방지 공기정화등 환경개선 외에도 태양빛을 전기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습식태양전지와 물분해 수소 제조등에도 응용될 수 있다.

< 정한영 기자 ch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