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3일 자민련이 오는 25일까지 내각제 개헌여부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가 담판을 해야한다고 요구한데 대해 "김 대통령과
김 총리에게 모든 것을 맡겨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로선 내각제 문제를 현안으로 남겨두면 갈수록 시끄러워지고 정치적
불투명성으로 인한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한한 빨리 결론을
내리는게 좋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결론은 김 대통령과 김 총리간 협의에 의해 도출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지원 청와대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자민련측의 조기담판
주장에 "두 분이 잘 하실 것이며 해결방법도 두 분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5차례 이뤄진 두 사람간의 주례 단독면담을
통해 한발짝씩 다가서고 있지 않느냐"며 내각제 문제는 김 총리가 결단을
내릴 사안이라는 인식을 나타냈다.

그는 자민련의 요구가 김 총리의 양해 아래 나왔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잘못 전달됐거나 내각제 강경론자측에서 만들어낸 얘기일 것"이라고 말해
김 대통령과 김 총리가 내각제 개헌의 시기와 관련해 모종의 대화가 진행
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김 총리의 조심스런 모습과는 달리 자민련측이 내각제개헌의 담판
일정까지 제시하게 된 배경이 뭔지에 대해서도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 내각제추진위원장인 김용환 수석부총재는 지난 1일 내각제 추진 일정
등을 김 총리와 박태준 총재에게 보고했다.

당시 김 총리는 추진일정을 공개하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총리로서 운신하기가 쉽지 않은 김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김 부총재는 김 총리의 "결재"를 받지 않고 담판 일정을 공개하는 쪽으로
밀어붙였을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내각제가 안된다고 보고있고 그것이 정치권의 대세"
라고까지 말한 김 부총재가 자칫하다간 내각제 개헌이 물건너갈 수 있다는
판단하에 "승부수"를 던졌다는 관측도 세를 얻어가고 있다.

< 김형배 기자 kh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4일자 ).